경제학 교과서가 판타지소설처럼 보일 때가 있다. 교과서가 그토록 강조하는 '시장 균형'을 현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산업이 그렇다. 승자가 시장 전체 과실을 모조리 독식하고 있어서다.
한 예를 보자. '카카오톡(카톡)'의 국내 가입자는 6월 현재 3,700만명, 월활동이용자(MAU)는 약 90% 이상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쓴다. 경쟁자 '라인'의 가입자는 1,000여만명이다. 이 같은 '승자독식' 현상은 페이스북·유튜브 같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 페이스북의 경쟁자로 분류되던 '마이스페이스'는 이제 폐업 직전이다. 세계 1위 유튜브는 우리나라에서도 점유율 80%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예를 들어 친구 10명이 카톡을 쓰고 2명은 라인을 쓴다고 해보자. 나는 어느 메신저를 써야 할까. 카톡이다. 서비스 품질이 대수일까. 친구 1명이 더 가입된 메신저가 더 가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승자독식이 판치는 모바일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속도다.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모토인 '완벽보다 완성이 중요하다'처럼 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본이 적시에 투입돼야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중국보다 자본을 조달하는 데 규모도 작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최근 들어 30대 창업 부호가 없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며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가 되면서 자본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없을까. 신속한 정책금융이 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국의 정책자금은 제조업에 주로 한정돼 있는데 이를 IT 스타트업 기업에 과감히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그것. 만약 3년 전 시장 성장 단계 때 카카오톡에 대규모 정책금융이 투입됐다면 어땠을까. 카카오톡 모델을 모방, 세계적인 메신저로 성장한 중국의 '위챗'보다 카카오톡이 더 잘나갔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