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라이프

역사 품은 합천의 또다른 얼굴

무학대사가 수도했던 황매산 기암괴석·소나무·철쭉 절경 돛대바위선 지리산·덕유산 한눈에

갈대·검정말·금개구리·말똥가리… 동식물의 천국 정양늪도 가볼만

황매산 돛대바위. 돛대바위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합천호와 지리산·덕유산·가야산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합천군 대양면에 위치한 정양늪은 황강 지류 아천천의 배후습지로 경관이 빼어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태학적 보존가치가 높다.

황토를 먹여 키운 합천 한우.

합천은 아름다운 풍광 위에 역사와 문화가 깃든 고장이다. 아름다운 가야산과 황매산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는 해인사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까지 보듬고 있다. 하지만 가야산·해인사·팔만대장경 외에도 합천에는 숨겨진 보석 같은 관광지들이 많다. 이번주 나들이는 이들에 비해 비교적 덜 알려진 합천의 또 다른 얼굴, 황매산과 정양늪, 그리고 근자에 조성돼 관광객의 발길을 모으는 소리길에 대한 이야기다.

◇황매산=합천군 가회면에서 북쪽을 향해 차를 몰았다. 대기저수지를 왼편에 두고 산길을 오르다 황매산 중턱 영암사지 앞에 차를 세워두고 모산재(해발 767m)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황매산은 얼핏 보기에도 뾰족한 바위들이 솟아난 골산(骨山)이라 만만치 않아 보였다.


하지만 막상 산행을 시작하니 경사가 가팔라 금세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길은 바위와 철재 계단이 교대로 이어지며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다리를 더욱 둔하게 했다.

황매산은 합천의 진산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광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이름 없는 산이었다.

하지만 1983년 군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골산을 타고 내리는 계곡이 좋은 태백산맥의 마지막 준봉인 황매산은 고려시대 호국선사 무학대사가 수도를 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해발 1,108m에 이르는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소나무, 철쭉이 산을 덮고 있다.

골산임에도 불구하고 모산재 근처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곳을 지나면 본격적으로 바윗길에 접어든다. 곧이어 돛대바위가 나타나는데 여기서부터 모산재를 우회해서 출발점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오를 때의 가파른 오르막에 비해 그다지 어렵지 않다.

돛대바위에서 남쪽을 내려다보면 합천호와 지리산·덕유산·가야산의 연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돛대바위에서 조금 더 가면 순결바위가 나타난다. 순결바위는 두 쪽으로 갈라져 있는데 순결하지 않은 사람이 들어가면 틈바구니에 몸이 끼여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순결바위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철쭉으로 유명한 황매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황매산 철쭉의 유명세는 전국구급이지만 기자가 찾았을 때 철쭉은 끝물이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산들처럼 화신이 약했는지 말라붙은 꽃잎만 띄엄띄엄 흩어져 있었다.

모산재를 찍고 내려오는 길의 암반 코스는 색온도(色溫度)가 좋은 아침·저녁시간이라면 사진촬영의 포인트가 될 만했다. 사방으로 트여 전망이 좋고 남쪽으로 내려다보이는 합천호의 전경도 빼어났다. 다만 옅은 황사가 끼어 사진 채도는 담보할 수 없을 듯했다.

▲영암사지 → 돛대바위 → 무지개터 → 모산재(767m) → 순결바위 → 국사당 → 영암사지

(도보 약 1시간30분 ~ 2시간)

◇해인사 소리길=해인사로 오르는 5월의 홍류동 계곡은 연초록 신록을 담요처럼 뒤집어쓰고 있다. 가을 단풍이 좋은 철에는 흐르는 물조차 붉게 보인다고 해서 홍류동(紅流洞)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홍류동 계곡은 '대장경천년세계문화축전' 행사장인 야천리에서 해인사까지 6㎞에 걸쳐 '해인사소리길'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소리길이 시작되는 홍류동 계곡 초입에서 나무 다리를 건너면 정자 하나가 오롯이 자리하고 있다. 최치원이 공부한 자리라는 농산정(籠山亭)에 걸터앉아 맞은편을 바라보면 건너편 바위에 새겨진 칠언절구(七言絶句) 시 한 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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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첩 바위들 사이 미친 듯 내달려 겹겹 쌓인 산들 울리니

지척 사이 사람 말소리조차 구분하기 어려워라

시비 다투는 소리 귀 닿을까 늘 두려워

흐르는 물로 산을 통째 두르고 말았다고 일러주네

농산정을 뒤로 하고 1㎞를 더 걸으면 가야산 해인사와 매화산 청량사로 가는 두 갈림길이 나온다. 소리길은 여기서부터 1.7㎞ 떨어진 대장경천년관까지 이어진다. 가을에 붉은 단풍빛깔이 아름답다는 홍류동이지만 지금은 신록 사이로 흐르는 맑은 옥수의 기운이 청량하다.

▲대장경천년관 → 홍류동매표소 → 성보박물관 → 성철스님사리탑 → 일주문 → 해인사 → 학사대 (약 6km 도보 1시간30분 ~ 2시간)

◇정양늪=합천군 대양면에 위치한 정양늪은 황강 지류 아천천의 배후습지다. 88만6,000㎡의 넓이에 경관이 빼어나고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생태학적 보존 가치가 높다.

최근 정양늪생명길로 새롭게 단장한 이곳은 나무덱과 황토흙길이 조성돼 습지의 생태를 관찰하며 산책을 하기에 편리하다. 정양늪에는 갈대·마름·노랑어리연·검정말 등 식물들과 각시붕어 참몰개, 금개구리,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와 말똥가리 등의 동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새벽녘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이 환상적'이라고 하는 말에 기자는 새벽부터 일어나 한 컷을 기다렸지만 물안개는 끝내 피어오르지 않았다.

▲정양늪 입구 주차장 → 황토흙길 → 나무덱 6km구간 도보 1시간 ~ 1시간30분

◇가는길 : 대전통영고속국도 단성나들목→산청군 신등면→합천군

황토 먹여 키운 합천한우 "구수한 맛 일품"

■맛집-황토한우프라자


합천한우의 차별화 포인트는 사료에 황토를 먹여 키운다는 점이다. 황토를 먹여 키운 한우 고기는 일반 한우에 비해 구수한 맛이 강하다고 한다. 합천축협에서 직영하는 한우전문식당인 합천황토한우프라자는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으로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쇠고기를 제공하고 있다. 참숯양념구이는 200g에 1만6,000원, 참숯모듬구이 150g 1인분에 1만7,000원, 특모듬구이는 2만3,000원이다. 모듬구이에는 꽃등심·부채살·토시·치마·업진·제비추리 등이 포함돼 있다. 단품으로는 갈비탕과 국밥을 각각 7,000원에 판매한다. 합천읍 합천리 668-1 (055)931-1692

/합천=글·사진 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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