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정치인 퇴출·'386' 활약 희망『그동안 싸울 만큼 싸웠으니 앞으로는 경제의 성장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서로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정부와 각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왜곡하지 말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21세기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4일 새벽까지 뜬 눈으로 「선거 드라마」를 지켜본 국민들은 개표결과가 확정되자 『이번 선거에서는 부정하고 부패한 정치인들이 대거 퇴출된 게 다행』이라며 『이제는 구태(舊態)를 벗어던지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경제회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기성 정치인들의 추락과 「386세대」의 약진에서 새 정치에 대한 희망을 걸면서도 두터운 지역주의와 혼탁했던 선거운동 등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하중(金昰中) ㈜상원이엔씨 부사장은 『지역색이 더 두드러져 안타깝지만 386세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당은 야당과의 대화를 늘려 포용의 정치를 펴고 여야 모두 경제회생에 매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소순무(蘇淳茂·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이번 총선 결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한결 여유를 갖게 됐다. 따라서 야당이 지난 15대 국회와는 다른 대승적 차원에서 대응한다면 야당뿐만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성진(52·회사원)씨는 『결과를 떠나 제1당을 유지한 한나라당은 국정운영을 맡은 정부와 여당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남북정상회담이나 경제문제 등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초당적으로 대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순(52·주부)씨는『선거기간동안 후보들이 시민을 위한 정책보다는 상대방을 깎아내리는 데만 주력하는 등 전반적으로 흡족한 선거는 아니었다. 선거는 끝났지만 앞으로 여야가 서로 힘겨루기를 할 것 같아 또다시 정치가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인규(盧仁圭·한국관광여행사 차장)씨는 『국회가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을 통한 건전한 경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박병옥 정책실장은『이번 선거의 특징은 정치권에 대한 시민사회의 도전으로 정치가 더이상 기득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과 정치권에 일깨울 수 있었다는 점으로 향후 정치권의 질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란(31·여·교사)씨는『정치사상 처음 벌어진 총선연대의 낙천·낙선 활동은 선거혁명으로 평가받을 만한 일』이라며 『그러나 총선연대는 결과에 만족하지 말고 시민단체가 빠지기 쉬운 권력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오철수기자CSOH@SED.CO.KR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4/14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