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숨길수 밖에 없어 더 특별한 사랑

동성연애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 서로를 존재케 한 10년 이야기


롤랑 바르트는 '사랑의 단상'에서 "나만이 그를 알고 있으며, 나만이 그를 진실 속에 존재케 한다"고 했다. 어떤 종류의 사랑이든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그들만의 진실을 만든다는 의미일 것이다.

영화 '쇼를 사랑한 남자'는 1970년대 미국 최고의 피아니스트이자 엔터테이너였던 리버라치(마이클 더글라스)와 그의 숨겨진 연인 스콧 토슨(맷 데이먼)이 서로를 존재케 했던 비밀스러운 10년을 담았다.

화려한 삶 뒤에 숨겨야만 했던 성적 취향(동성애)을 가진 리버라치와 양부모 집을 전전하며 수의사를 꿈꾸는 토슨은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채고 곧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기까지 '평범한 연인'처럼 고민도 갈등했지만 곧 연인이 된다. 당시 리버라치가 58세, 토슨은 20대였다.


영화는 주인공 연인이 남자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이 차이가 나는 연인들 사이에 있을 수 있는 고민,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고 치유하는 친밀감,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다짐, 믿음, 질투, 집착, 배신,'찌질한' 이별, 그리움 그리고 후회라는 모든 과정을 보통 연애·사랑과 다르지 않게 그렸다.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럼에도 리버라치와 토슨의 연애와 사랑은 특별한 것이며, 숨겨진 진실 속에 서로를 존재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동성 간의 사랑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적대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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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마이클 더글라스와 맷 데이먼은 '쇼를 사랑한 남자'를 이제까지 읽은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하며 기꺼이 출연 의사를 밝혔다.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임에도 마이클 더글라스는 여성스러운 리버라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맷 데이먼도 토슨이 되었기는 마찬가지다. 리버라치의 권유로 성형을 한 토슨이 리버라치와 비슷한 외모를 갖게 되자 토슨 즉 맷 데이먼이 여성스럽게 느껴졌으니 말이다. 마이클 더글라스는 이 영화로 65회 에미상 남우주연상(미니시리즈·영화 부문)을 수상했다.

라스베이거스를 그대로 재현한'쇼를 사랑한 남자'의 의상·자동차·저택 등의 화려한 미장센과 리버라치의 연주는 관객을 황홀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리버라치와 토슨의 사랑이 공개될 수 없어 초라해지는 순간들을 더욱 비참하고 비극적으로 만들어 마음이 아프게 만든다.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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