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동북아 ‘금융허브론’은 위험합니다. 제조업을 키워야 합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4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전국농학계대학장협의회와 한국 농식품생명과학협회 주최 ‘농식품생명과학 정기 세미나 조찬 특강’에서 금융허브론을 정면 비판하고 제조업 중심의 발전으로 경제위기를 타파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날 특강은 ‘세계경제 위기와 한국경제’라는 주제로 진행됐으며 한국경제의 단기적 문제와 장기적 문제, 해결책 등이 제시됐다.
서론에서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는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 당시 과도하게 금융권에 규제를 푼 것에서 시작했다”며 “무엇보다 적절한 금융규제와 제조업 중심의 실물역량 배양을 통해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전 총장은 단기적 문제를 거론하며 “버락 오바마 정부가 클린턴 정부의 장ㆍ차관 인사를 다시 등용함에 따라 금융위기를 몰고 왔던 장본인들이 지금 해법을 찾는 상황”이라며 “이들이 정책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가 좋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한국도 IMF 때의 인사들이 대거 등용된 상황”이라며 “단기 위기극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기적 문제와 해결책으로는 ‘연구개발(R&D)’ 방식의 변화와 ‘제조업육성론’을 들었다. 정 전 총장은 “투자는 많이 하지만 단기 목적의 투자에만 매몰됐다”며 “기초학문 발전과 창의성 개발에 관한 장기적 대안을 향해 투자가 이뤄져야 하며 제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일본이 금융위기에도 견디는 것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법인화’에 대한 질문에 정 전 총장은 “대학은 학생ㆍ교수ㆍ직원의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언급한 뒤 “현재 서울대 경제학과는 학생은 1,000여명, 교수는 30명인데 직원은 고작 5명”이라며 “대학이 인력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측면에서 찬성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