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누드로 만리장성 걸은 마류밍 국내 첫 개인전

'벌거벗은 남자'의 색다른 소통

"신체해방 위해 옷 벗는것" 영상·사진·회화 등 전시

희미한 몽환적 그림 눈길


마류밍의 ''무제'' /사진제공= 학고재갤러리

사상의 자유에 족쇄를 채우는 중국. 그것도 그 서슬이 더욱 시퍼렇던 지난 1990년대. 당시 20대의 작가 마류밍(44)은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던 '신체 해방'을 소재로 벌거벗은 채 만리장성을 걸었다. 중국에서 행위예술(퍼포먼스)이 소개된 것도 처음이었거니와 나체라는 사실은 더욱 파격적이었다. 주인공 마류밍은 최근 후베이시에서 열린 '행위예술 30년:중국행위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은 있는가?'라는 주제의 컨퍼런스에서 참석한 미술계 전문가들의 투표에 의해 중국현대미술사에 기록될 작품 1위로 뽑혔다.


마류밍의 국내 첫 개인전이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2일 개막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영상 작품과 처음 마주하게 된다. 벌거벗은 채 의자에 축 늘어진 여성, 아니 남성을 발견하면 충격에 잠시 움직일 수가 없다. 곱상한 여성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드러난 그의 몸은 영락없는 남성이다. 화장만 잘하면 여자로 오인받을 법한 외모의 마류밍은 그런 자신에게 '펀·마류밍'이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여성의 얼굴과 남성의 몸을 가진 이중적 성격의 작품 속 자아를 가리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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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작가가 계속 축 늘어져 있는 것은 수면제를 복용했기 때문이다. 나체로 만리장성을 걷거나 공터에서 요리를 할 때만 해도 활동적이던 그는 1998년 이후 이처럼 수면제와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작가는 "의식이 끼치는 행위를 최대한 무효화하려 수면제를 먹었다"면서 "그렇게 가수면 상태에 빠져있으면 관객들의 참여가 한결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희미한 의식은 있으나 몸을 가눌 수 없는 작가의 상태는 사회적 억압에도 '어쩌지 못하는' 개인의 한계를 은유한다고도 볼 수 있다.

여성의 누드라는 소재는 비교적 익숙하지만 남성의 나체는 상대적으로 거북하게 여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최근 고위공직자가 공공장소에서 신체 은밀한 부위를 드러낸 것을 두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으며 지난달에는 고깃집에서 나체로 식사한 남성에게 실형이 구형됐다. 물론 이는 예술과 엄격히 구분되는 외설이자 공연음란죄였던 사건이지만 마류밍에게 옷을 벗고 대중 앞에 서는 것은 '신체의 해방'이라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작가는 "누드 퍼포먼스를 보는 참여 관객의 반응을 보면 한국과 일본 등 동양인은 경직된 반면 유럽인은 자유롭게 같이 벗거나 즐기는 식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생각과 문화를 드러낸다"며 "신체해방은 벗은 몸을 보여주려는 게 아니라 이중적 인체의 '펀·마류밍'을 통해 관객과 색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작은 영상 5점 외에도 회화 23점, 사진 17점, 조각 3점 등으로 구성됐다. 그림 속에서 행위예술가 마류밍은 귀신처럼 희미한 형상으로 나타나는 반면 그 옆의 관객 모습이 부각된다. 작가는 성근 캔버스 뒤편에서 물감을 망 사이로 밀어넣는 '누화법'을 이용해 도톰하면서도 몽환적인 화폭을 구성했다. 전시는 10월 5일까지.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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