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3월 우리나라 영해에 처음으로 크루즈선박이 등장했다. 일본에서 출발한 '오리엔트 비너스'호(號)로 2만2,000톤급이었다. 이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부산항을 다녀가는 배의 규모는 13만8,000톤급까지 늘었다. 배의 덩치만큼 전 세계 크루즈선 시장도 성장했다. 1990년대 연간 500만명 안팎에 불과하던 전 세계 크루즈선 승객은 2013년 기준으로 2,000만명을 돌파했다. 세계크루즈협회는 오는 2020년이 되면 승객수가 2,6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크루즈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시아 시장의 규모는 여전히 작다. 2013년 기준 전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고작 6.5%에 불과하다. 카리브해 연안을 끼고 있는 북미(60.5%)와 지중해가 자리한 유럽(27%)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낮은 탓이다.
주목할 것은 최근 들어 아시아 시장의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사(社)는 2013년 당시 137만명에 불과했던 아시아시장 크루즈선 승객 수가 2020년이 되면 700만명까지 늘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8년 이후 크루즈선 승객이 무려 410% 급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미국의 전체 인구 대비 크루즈선 관광객 수가 2~3%가량"이라며 "크루즈 업계에서는 13억명의 중국에 단순히 1%만 대입해도 1,300만명가량의 시장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인 유커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크루즈선 관광객은 지난해 105만명으로 전년 대비 31.3%의 성장률을 보였다.
상황은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부산항을 모항지로 하는 국적 크루즈선박이 단 한 척도 없다. 2012년 하모니 크루즈가 취항하기는 했지만 승객 확보에 실패하면서 1년 만에 운항이 중단됐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해양수산부가 올해까지 국적 크루즈선사를 1개 이상 출범시키고 공해상에서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오픈 카지노를 도입하겠다고 나선 것에도 이런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크루즈 관광객이 120만명만 돼도 소비 효과가 1조4,000억원에 달한다"며 "올해 안에 국적 선사를 출범시키고 2030년 5개까지 늘려 10척의 국적 크루즈선이 항해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