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낸다는 것은 '황제'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는 조선왕조가 중국왕조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이유가 됐다. 조선을 제후국으로 인식한 중국왕조가 조선의 제천행사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이는 성리학적 질서의 어두운 면이기도 하다. 이 질서의 근본주의적 입장에 따르면 세상에는 질서와 분수가 있다. 하지만 고려 이전은 달랐다. 단군이라는 '하늘의 아들'이 우리의 조상이라는 것은 모두의 인식이었고 고구려·백제 모두 이 하늘에 제사했다. 서양 세력의 압력으로 중국과 조선의 연계가 끊어지면서 조선왕조는 1897년 대한제국이라는 황제국임을 선포한다. 그리고 제천행사를 치르고 이를 위한 제단을 짓는다. 바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환구단이다. 일제강점기에 환구단도 수난을 당한다. 일제가 철도호텔을 지으면서 환구단 대부분이 헐려 나갔기 때문이다. 철도호텔은 지금의 조선호텔의 전신이다. 현재는 실제로 제사를 지낸 3층 팔각 건물의 황궁우(皇穹宇·사진)와 몇몇 구조물만 남아 있다. 덧붙여 서울의 제천시설로는 환구단 외에 송파구 풍납토성의 백제 동명묘 유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