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생활가전 끊이지 않는 '소송 전쟁'

정수기·에어워셔·밥솥 등 경쟁사와 차별성 부각 위해<br>디자인·기술 침해 주장 잇따라 특허 의식 높아져 분쟁 증가


생활가전업체들 사이에 소송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수기, 에어워셔, 밥솥 등 분야에서 서로 경쟁사가 자사 고유의 기술과 디자인을 침해했다며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4일 업계에 따르면 코웨이는 최근 동양매직이 자사의 정수기 디자인을 베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문제가 된 제품은 동양매직의 초소형 정수기 '나노미니'. 코웨이는 이 제품이 자사의 '한뼘 정수기' 디자인을 그대로 도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두 제품의 중앙부가 'ㄷ'자 모양으로 뚫려있고, 상단부가 직육면체로 같은 모양임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동양매직은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실질적으로도 구조·재질·설계 등 모든 부분이 같지 않다는 입장이다. 동양매직은 소장 확인 후 법무팀에서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겨울철 성수기를 맞아 불붙은 에어워셔 시장에서는 위닉스와 위니아만도가 전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선두업체인 위니아만도가 후발주자인 위닉스를 상대로 에어워셔 기술 특허침해방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자 위닉스는 특허무효심판청구소송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3월 위니아만도는 위닉스를 상대로 자사 에어워셔 관련 특허 6건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6건 중 5건에 대한 심결이 나온 상태로 3건은 위니아만도가, 2건은 위닉스가 승소했다. 하지만 양사 모두는 1심 결과에 대해 불복한다는 입장이다. 위닉스는 2심에 상고했으며, 위니아만도도 심판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다.


밥솥업계의 대표 라이벌인 쿠쿠전자와 리홈쿠첸의 신경전도 뜨겁다. 쿠쿠전자는 지난 6월 리홈쿠첸을 상대로 증기 배출 안전장치와 분리형 커버 기술 2개를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냈다. 이에 리홈쿠첸은 분리형 커버는 이미 1980년대부터 사용해왔던 기술로 결합 구조가 다르고, 독자적인 특허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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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증기 배출 안전장치 기술도 1990년대부터 공개된 범용기술로 자체 특허 11건을 보유해 문제가 안 된고 강조하고 있다. 두 업체간 소송은 10월께 1차 판결이 날 예정이었으나 치열한 법리 공방으로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안마의자 시장에서는 동양매직과 바디프랜드가 맞붙었다. 법원의 기각 판결과 업체의 소 취하로 소송은 끝났지만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7월 동양매직이 자사의 렌탈시스템을 베껴 불법적으로 시장을 침탈해 60억원 이상의 손해를 봤다며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걸었다. 이어 8월에는 CJ오쇼핑을 상대로 동양매직 안마의자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법원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이후 바디프랜드는 손해배상소송도 취하했다.

당시 동양매직이 소송에서 이겼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이에 발끈한 바디프랜드는 "동양그룹 사태로 홈쇼핑 방송도 못하는 동양매직을 배려한 차원에서 손해배상소송을 취하하게 됐다"고 비꼬기도 했다.

이렇게 생활가전업체들간 소송 등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업계는 소비재 업체들의 무한경쟁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소업계에서도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져 법적 대응 등 적극적인 권리 보호에 나서면서 특허 분쟁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로 분석되고 있다.

소형가전업체 관계자는 "업계 1등만 살아남는 시장으로 변하면서 기술특허나 디자인 등 경쟁사 대비 우위를 확보하고 차별성을 인정받는 게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며 "소송이 늘어나는 것은 특허에 대한 권리의식이 높아진 탓도 있다"고 말했다.


최용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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