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대운하 의견수렴의 전제는 '한다' ?

지난달 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운하란 단어가 눈에 띄지 않은 것은 예견된 것이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르자 어느 순간 대운하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새 정부가 굳이 대운하를 정치적 이슈로 확대시킬 필요가 없다는 계산 아니냐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대운하를 둘러싼 논란은 새 정부 조각이 거의 완료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는 듯한 분위기다. 4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첫 기자간담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다는 것을 전제로 모든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의견을 모으겠다.” 이 말은 언뜻 대운하 건설을 위한 철저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하지만 정 장관 발언의 방점은 ‘의견을 모으겠다’가 아니라 ‘한다는 것’에 찍힌다. 정 장관은 장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대운하를 하면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소신을 밝혔었다. 정 장관은 국토해양부의 전신인 건설교통부에서 수송정책실장을 거쳐 철도청장까지 역임하는 등 교통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 관료다. 관직을 떠난 이후에도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우송대 철도건설환경공학과 교수 등을 맡아왔다. 관가에서 철도에 관한 한 몇 손가락에 드는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우려스러운 것은 철도전문가인 정 장관이 전문 분야가 아닌 운하에 지나친 소신과 확신에 차 있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국토해양부는 대운하에 대해 아직 “추진을 전제로 한 어떤 보고서도 만들어지거나 제출된 적이 없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그럼에도 주무부처 장관의 발언에서는 대운하에 대한 낙관적 견해와 강력한 추진의지마저 엿보인다. 마치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확신’을 보는 듯하다. 여러 정책들이 실무 차원의 객관적 검증 없이 코드에 맞춰 시행되면서 숱한 시행착오를 만들어냈던 역대 정부의 잘못된 행보가 되풀이될 것이란 우려를 쉽게 지우기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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