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릭 핫이슈] 외국인 매수세

최근 외국인 매수세의 성격을 놓고 논란이 있다. 외국인 매수가 주식시장의 관심권에 들어올 때 마다 항상 나오는 질문이다. 즉 환율 변동 등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이른바 핫머니인가 아니면 중장기 투자의 성격을 띄고 있는가 이다. 하지만 결론은 매번 같다. 세계 증시의 흐름과 연동된 `안정적인` 자금의 `자연스런` 흐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 먼저 한국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살펴 보자. 금융감독원이 매월 발표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현황을 보면 올 6월 현재 한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기관투자가는 모두 9,523개다. 이중 70% 가까운 6,440개 기관이 이른바 전문 `투자회사`다. 나머지는 연기금,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등으로 구성된다. 결국 한국 증시의 외국인 동향을 좌지우지 하는 세력은 바로 이 전문 투자회사들이다. 그런데 이런 투자 회사들은 전세계에서 자금을 모아 세계 주식시장에 지역별ㆍ산업별로 적절히 배분하여 투자하는 이른바 `뮤추얼 펀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참고로 올 1ㆍ4분기 현재 5만3,150개의 뮤추얼 펀드가 전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총 자산규모는 11조2,000억 달러(주식 비중은 35%정도)에 이른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7조달러, 유럽이 3조2,000억달러, 기타 지역이 1조5,000억달러 규모다. 이들 펀드들은 채권ㆍ주식 등 각 자산별, 세계 지역별, 산업별로 분산투자 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따라서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어떤 나라가 좋던 싫던 어느 정도 편입비중을 가져가는 것이 상례이다. 한국 증시의 경우 92년 증시 개방 이래 이러한 세계 지역분산펀드의 편입이 꾸준히 진행됐다. 펀드수로 보면 전세계 뮤추얼 펀드의 약 10%정도가 현재 한국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뮤추얼 펀드들의 평균적인 해외 투자비중이 10~20%인 점을 감안하면 한국 주식시장이 이러한 국제 주식 분산투자 시스템에 현재 완전 편입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른바 `핫머니` 논쟁은 통상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헤지펀드` 동향에 대한 평가와 연결된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규모와 기관수는 뮤추얼펀드와 비교할 때 크게 못 미친다. 전세계적으로 약 6,000개의 헤지펀드가 4,000억~6,0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은 통상 자금을 차입해 원금의 10배 가까이 투자하기도 하지만 전체 투자규모는 뮤추얼 펀드에 비해 아직 크지 않다. 참고로 미국 뮤추얼 펀드의 대명사인 피델리티의 총 자산규모는 1조달러에 달하지만 현재 헤지펀드 자산규모 1위인 무어 캐피탈은 피델리티의 100분의1에 불과한 100억달러에 그친다. 또한 헤지펀드 규모 순위 3위로서 주식 롱ㆍ숏 전략(주식매수와 공매도 병행)의 대명사인 매버릭캐피탈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주식정도를 다루고 있지 한국 주식의 편입은 전무하다. 최근 한국 은행에서 헤지펀드의 매매 비중이 전체 외국인 매매의 3~4%에 불과하다고 밝힌 것은 외국인 계좌를 직접 관리하는 당국의 신뢰도를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 같은 국제 펀드자금 구조와 과거 매매 추세를 감안해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통계 수치로 보고 있다. 한가지 흥미로운 것은 6월 이후 환율 측면에서 아ㆍ태 지역 보다 크게 불리할 것으로 여겨졌던 브라질과 동구 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아직 견조하다는 점이다. 5월과 6월 한국과 브라질의 외국인 주식매수 규모를 비교하면 미국에서 계속 유입되고 있는 주식형 뮤추얼 펀드의 증가 추세와 여전히 연동되어 있다. 환율에 그렇게 민감한 자금이라면 브라질 증시의 외국인 매수 지속과 강세는 설명되지 못한다. 한마디로 돈이 들어오니까 사는 것이다. 그렇게 편안하게 생각하면 된다. 한국의 경우도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아ㆍ태 지역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5월말이 기준으로 보면 원화는 불과 20원 오른 상태다. 아ㆍ태 지역의 통화가 아직도 전반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이 유효하다. 이 부분이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에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수의 주류는 세계 증시의 상승과 연동된 뮤추얼 펀드 자금의 흐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최근 외국인들의 증시로의 자금 유입 규모가 크게 줄어 들면서 주가도 700선 부근으로 되 밀리면서 횡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타이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이후 외국인 매수 규모가 줄어들더니 주가도 주춤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의 상승 기조가 아직은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현재의 상승 기조가 8~9월로 연장될 경우 외국인 자금의 유입 기조 역시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실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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