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대기업 임원서 청소년상담사로 인생 2막

문두식 전 한진도시가스 대표<br>"방황하는 학생들 친구 되자" 결심<br>자격증 취득해 서울·의정부서 활동


지난해 6월 퇴직한 문두식(59ㆍ사진) 전 한진도시가스(현 대륜E&S)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초보 청소년심리상담사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79년 한진중공업에 입사해 해외영업담당 이사를 거쳐 2001년 한진도시가스로 옮긴 그는 2006년 대표이사(상무대우)에 올라 나름 성공한 샐러리맨이 됐다. 한진도시가스는 그해 매출 5,186억원에 21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후 한진중공업 필리핀 마닐라지점장을 끝으로 30여년의 대기업 생활을 졸업했다.

퇴직을 앞두고 어떻게 하면 여생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2010년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방송을 보다가 '이 아이들의 친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열심히 공부해 퇴직 무렵 심리상담사 1급자격증(한국심리상담협회)과 청소년상담사자격증(국가자격증)을 잇달아 취득, 현재 의정부시청소년지원센터와 서울시 산하 '아이윌센터'에서 청소년상담ㆍ강의를 하고 있다. 창업을 하거나 중소기업에 재취업하는 여느 대기업 임원 출신들과는 다른 인생항로를 걷고 있는 셈이다.


문 상담사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는 정서적 혼란과 욕구를 채우려는 마음이 앞서 자칫 정도(正道)를 벗어나기 쉽다"며 "하지만 작은 관심과 조언이 이들을 정상궤도로 되돌릴 수 있다. 가출을 일삼던 아이, 상습적으로 도둑질하던 아이가 공감과 칭찬을 곁들인 대화를 통해 변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이 일을 잘했구나' 하고 생각한다.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 그 자체"라고 뿌듯해했다. 다만 "100만원도 채 안 되는 월 활동비 수입은 좀 불만"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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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상담사는 정년퇴직을 앞둔 후배 등에게 "자녀들에게만 투자하지 말고 노후대책을 세우고 퇴직 후 하고 싶은 일을 미리 고민해 관련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자신을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년퇴직을 앞둔 후배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고용불안에 사로잡혀 있다"며 "기업에서 신규 사업을 할 때 자금력이 풍부하면 시행착오를 거쳐 수익을 내겠지만 퇴직금이 전부인 직장인라면 퇴직 후 어설픈 창업으로 시행착오를 거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기본기부터 다지겠다는 각오로 내 머리에 투자하는 게 확실하고 현명한 투자법"이라고 강조했다.

문씨는 8개월여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이론부족을 절감, 올 하반기에 가톨릭대 상담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심리상담은 심리학부터 사회학ㆍ청소년학ㆍ생리학 등 인간과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이 엄청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상담사는 정부에 대해서도 "그동안 복지정책의 외연을 넓히는 데 주력해왔지만 이제는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각 지자체 산하에 청소년 무료 심리상담소가 많아졌는데 상담사 자격으로 대학원 이상의 고학력에 고경력까지 요구하는 반면 비정규직이 많다. 학교를 갓 졸업한 상담사들이 경험을 쌓기에는 고용이 너무 불안하다"며 "복지정책을 수립할 때 현장을 철저하게 둘러보지 않으면 시민밀착형 정책이 나오기 어렵다"고 안타까워했다.

서민들을 위한 심리상담소 설립이라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는 그는 "30여년간 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쌓았던 경험을 이제는 사회에 베풀고 싶다"며 "궤도를 잠시 벗어난 청소년들이 자신의 장점 한 가지만 붙들고 전문가로 성장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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