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큰손 투자자들마저 지속되는 증시 패닉 국면에 불안해 하며 인내심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혹시 더 큰 하락 국면이 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가 팽배해 있다.” (현주미 굿모닝신한증권 강남 명품PB센터장) 19일 각 증권사 PB(프라이빗 뱅커)들에 따르면 아직 펀드런 조짐은 없지만 일부 해외 펀드에 대해서는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환매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법인들은 현금확보를 위해 사모펀드 손절매에 적극적이다. 코스피지수 1,200선이 무너지면서 바닥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거액자산가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하고 움직이는 ‘스마트 머니’ 동향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의 이동이 눈에 띈다. ◇거액 자산가들도 불안= 인내력과 자금력이 뛰어난 거액자산가들도 요즘 같은 장세에는 버티기 힘들어 한다는 게 PB들의 전언이다. 일부 해외펀드에 대해서는 손실을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환매하는 경우가 속속 생기고 있다. 현 센터장은 “1,400선만 해도 과도하게 하락했다는 인식 때문에 투자 기회를 잡고자 하는 큰손 투자자들이 있었으나 주식시장이 패닉 국면에 빠지자 신규 투자는 보류상태”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한 PB도 “해외 리츠 펀드에 투자한 한 큰 손 고객이 참다 참다 결국 마이너스 70% 수준 수익률에서 환매했다”며 “PB들이 좀더 두고 참아 보라고 설득하면 몰래 환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인컨파워인덱스 등 원금도 거의 건지지 못하거나 환매가 중단된 펀드도 속속 나오면서 투자원금의 절반이라도 건지려는 고객들이 생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이탈한 자금은 단기자금 운영시장인 MMF(머니마켓펀드)와 은행예금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가 발생했던 지난 9월15일 이후 MMF 잔고는 15조1,927억원이 증가, 펀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44%까지 확대됐다. 실세총예금 역시 10월 한달(10일 기준)에만 4조7,7653억원이 증가했다. 이 증권사 안정균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기 전까지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MMF나 예금 등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개인은 환매대기, 법인은 환매 중= 비록 큰손들의 환매 움직임이 제한적이지만 환매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단기간에 폭싹 주저앉은 수익률에 체념하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 지수가 반등해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면 환매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일종의 환매대기물량인 셈이다. 한덕수 삼성증권 삼성타운 마스터PB는 “지수가 1,400~1,500선까지 오르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강한 환매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개인들의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펀드에 가입한 기관투자자의 경우 환매 움직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법인투자자의 경우 일반적으로 여윳돈을 투자하기 때문에 자금압박이 크지 않은 반면 최근 금융시장 위기로 자금사정이 어려운 법인투자자의 경우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선주 교보증권 강남PB센터 지점장은 "최근엔 개인보다는 법인의 환매 움직임이 많은 편인데 자금상황이 좋지 않아 유동성 확보차원에서 적정부분을 현금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