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추산하는 국내 강간사건은 1년 평균 25만여건. 그러나 그 중 경찰에 직접 신고되거나 여성 단체와 상담이 연결되는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평생의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강간 사건의 피해자 여성들은 왜 정당한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는 것일까. MBC ‘PD수첩’은 강간 문제를 고발하는 ‘강간죄를 개혁하라’ 편을 12일 오후 11시 5분 방영한다. 피해자 여성의 사례를 통해 현행 관련법과 수사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경찰과 검찰, 재판부에 남아있는 남성주의적 관행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PD수첩’은 지난 3월 법원의 한 판결에 주목한다. 당시 법원은 만취 상태의 처제와 성관계를 맺은 형부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강간을 당했다”는 처제와, “적당히 취기가 올라 서로 동의가 이뤄졌다”는 형부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제작진은 이 사건 판결문을 미국 현직판사와 형법학 교수에게 의뢰했다. 국내에선 피해자의 필사적 저항과 가해자의 극단적 협박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지만, 미국에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성 관계”는 폭행, 협박에 관계없이 모두 강간죄로 인정된다. 서구 국구들에선 70년대 대대적인 강간죄 개혁 운동이 펼쳐졌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피해자의 저항’ 요건을 없애고 ‘가해자의 협박, 폭력’도 포괄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은 우리나라의 엄격한 법적 성립 요건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대부분의 강간사건 특성 상 명백한 증인과 증거가 존재할 수 없지만, 법원과 검찰은 여전히 이를 문제시하고 있다. 여기에 많은 피해 여성들은 검사와 수사관의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수사 내용으로 정신 질환을 앓는다. 피해자들은 녹취를 하는 상황에서도 테이프 교체 시간을 틈타 지능적으로 언어 폭력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엄정한 중립자여야 할 수사관과 검사가 무고죄 운운하는 수사의 문제점을 집중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