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장기적으론 낙관” 55%/“금융개혁 연내 마무리해야” 66%서울경제신문이 창간기념일을 맞아 R&R사에 의뢰한 경제관련 여론조사에는 수도권과 부산, 울산 등 전국에서 무작위로 선출된 1천명이 설문에 응했다. 응답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경제상태 및 향후 경기 전망=진로, 대농에 이어 기아그룹의 부도유예조치로 경제혼란이 가중된 데다 대선을 앞둔 정치불안의 여파로 인해 응답자의 대다수는 현 국내경제상태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경제상태가 좋거나 매우 좋다고 평가한 응답자는 1.2%, 그저 그렇다는 의견도 10.2%에 불과했다. 반면 경제상태가 나쁘다 또는 매우 나쁘다는 평가는 각각 58.7%와 29.9%를 차지했다.
경기의 본격 회복시기는 올 하반기중을 예상하는 일부 예측기관의 기대와는 달리 내년 이후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조사결과 올 3·4분기와 연말을 경기 회복 시기로 보는 의견은 각각 4.9%와 15.4%에 불과했으며, 내년에야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본 경우가 32%에 달했다. 또 당분간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응답자도 45.5%나 됐다.
그러나 전체 응답자의 54.7%가 앞으로 우리 경제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 마냥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선행지표인 주가에 대한 예측도 대체로 낙관적이다. 응답자의 73.6%는 현재 7백50포인트을 넘기지 못하고 있는 주가가 올 연말에는 8백∼9백포인트선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으며, 9백포인트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도 12.9%에 달했다. 7백50포인트 이하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은 전체의 13.3%에 그쳤다.
◇경제난의 원인 및 개선과제=우리 경제가 장기침체의 어려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는 37.8%가 정치불안을 지적, 한보비리에 이은 대선정국의 혼란이 경제에 큰 여파를 미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미비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18.2%에 달했다.
또 수출부진 때문이라는 지적도 전체의 16.1%를 차지했다. 우리 경제전반의 구조적 결함과 저부가가치형 산업구조를 꼽은 응답자는 각각 0.2%와 0.1%에 그쳤다.
우리 경제가 나아지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26.1%가 정부기구의 축소 및 규제완화를, 이어 19.2%는 전반적인 근검절약풍토 회복을, 17%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목, 정부·국민·기업차원의 과제가 균형있게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고비용구조 개선과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각각 14.6%와 11.1%를 나타냈다.
◇현정부 임기중 역점을 둬야할 경제시책=임기가 반년도 채 안남은 현 정부는 무엇보다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53.9%에 달했다. 올들어 정부가 발표한 물가지수가 보기 드문 안정추세를 나타내는 것과 관련, 전체 응답자의 55.3%가 실제 물가가 정부발표 물가지수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지표상의 물가지수와 체감물가의 괴리는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어 전체의 13.2%는 산업구조조정을 꼽았으며, 8.7%와 8.0%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수출촉진과 고용안정시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수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술개발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66.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또 생산비절감과 임금 안정 등 가격경쟁력 회복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각각 12.3%와 11.7%에 달했다. 정부의 수출보조금에 대한 요구는 2.4%에 그쳐, 정부에 대한 의존이 크게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한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던 금융산업개편을 정부의 역점과제로 지적한 응답자는 9.2%에 그쳤으나, 과반수 이상이 정부의 금융개혁안에 대해 연내 추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3.6%는 다소의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경제개혁차원에서 정부가 금융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2.2%는 국회가 여론수렴을 거쳐 연내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16.7%는 정부안이 한은독립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더이상 추진돼서는 안된다고 판단했으며, 15.8%는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금융산업 개편을 차기정부에 넘겨야 한다고 답했다.<정리=신경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