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불어닥친 세계 이동통신업계의 매머드급 인수.합병 바람은 기존의 업계 판도에 엄청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지각변동의 진원지는 유럽 최대의 이동통신업체인 영국 보다폰사(社).
보다폰사는 그동안 미국 이동통신업계 2위인 에어터치사의 인수를 놓고 미국 벨 애틀란틱, MCI 월드콤 등 세계 굴지의 이동통신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지난 15일 560억달러에 인수키로 최종 합의했다.
보다폰은 이번 합병으로 2,500만명(유럽 1,000만명, 미국 1,500만명)의 고객을 가진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업체로 급부상하는 동시에 연간 3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이동통신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보다폰-에어터치의 주가 총액은 1,100억달러에 달해 세계 통신업계의 6위를 차지하게 된다.
보다폰은 지난 83년 영국의 중견 통신기기업체인 라칼 일렉트로닉의 자회사로 출발, 15년만에 세계 최대 이동통신업체로 급부상했다.
보다폰이 이같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의 휴대전화 시스템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덕분이다. GSM은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채용하고 있는 범용 시스템으로 보다폰은 86개국, 147개의 해외 휴대전화회사들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보다폰은 자국내에서만 통용되는 폐쇄적인 방식을 사용하는 미국, 일본의 휴대전화 회사와는 달리 GSM를 이용해 보다 넓은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이에따라 유럽통신업계에서는 이번 보다폰의 에어터치사 인수를 세계 휴대전화시장에서 GSM의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보다폰-에어터치사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유럽과 미국에서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 2003년경 실용화될 예정인 음성과 화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3세대 휴대전화인 멀티미디어 단말기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보다폰 그룹은 이번 에어터치사 인수에 만족하지 않고 향후 10년내에 세계 10대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합병후 새로운 회사의 사장을 맡게 될 보다폰사의 크리스 젠트사장은 『기존의 아날로그 대신 제3세대 테크닉으로 알려진 셀룰러로 대체하는 작업과 새로운 인수작업을 통해 개발도상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확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또 합병회사의 회장으로 내정된 에어터치사의 샘 진 사장은 『미국지역에 대한 영업망 확충을 위해 마지막까지 인수경쟁을 벌인 미국의 벨 애틀란틱사와 상호 긴밀한 협력관계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 기관의 합병작업은 미국과 유럽 당국의 법적인 검토작업을 거쳐 합병 승인이 떨어지는 올해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이형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