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알수없는 뮤지컬 시장 규모

업계에서 추정하는 한국의 뮤지컬 시장 규모는 2,000억원 정도에 이른다. 기자도 이 수치를 인용한 적이 여러 번 있다. 하지만 뮤지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전혀 다른 말을 한다. 한 인터넷 티켓예매 사이트 대표는 티켓 판매치를 근거로 추정했을 때 현재 3,000억원 규모는 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반면 한 대형 뮤지컬 제작사 대표는 1,500억원도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하기도 한다. 산업의 기초자료로 사용되는 시장 규모조차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게 뮤지컬 업계의 현실인 것이다. 이처럼 시장 기초 자료조차 추정이 어려운 이유는 관련 업체들이 제작비ㆍ수익ㆍ매출액 등 회계 자료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소규모 제작사들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규모 공연 제작사들조차 제작비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지난해 한 대형 뮤지컬의 폐막 행사장에서 순익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그럼 기자분은 월급 명세서 내역을 공개합니까”라고 되묻는 업체 대표의 답변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28일 막을 내린 뮤지컬 ‘라이온 킹’은 보기 좋은 선례를 남겼다. 지난 1년간 장기 공연한 ‘라이온 킹’의 최종 성적은 적자였다. 그것도 대형 뮤지컬 한 편을 제작할 수 있는 37억원 정도로 손실이 꽤 컸다. 하지만 폐막 행사장에서 제작사인 일본 극단 시키(四季)는 움츠러들지 않고 당당했다. 제작원가ㆍ수입ㆍ손익 등이 담긴 재무제표를 공개하고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받겠다고 밝혔다. 현재 뮤지컬 분야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시장 중 하나이다. 뮤지컬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려면 산업 기초통계 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정부단체ㆍ금융기관 등은 산업 자료를 바탕으로 정책을 세우고 투자 방안을 모색하기 때문이다. 당장의 절세(節稅)와 여론의 비판 회피용으로 매출 관련 정보를 숨기기만 한다면 언제까지나 얼마 되지 않은 시장을 옹색하게 나눠먹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업체들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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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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