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막 오른 AtO 시대] <1> 기술이 삶을 흔든다-AtO(All to One) 준비하는 선진국


美 지진나도 재난구조·항공 등 일괄통제… ‘스마트 국가’ 잰걸음

사물이 주고받는 데이터 사람간 통화보다 많아져 獨·EU도 ‘공장혁신’ 추진


IoT 인프라 탄탄한 한국, 평창올림픽 등 기회 삼아 ICT융합기술 도약시켜야

“노년의 과학자가 ‘무엇이 가능하다’고 하면 확실히 맞지만 ‘불가능하다’고 하면 틀릴 가능성이 높다.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할 때까지 해보는 것이다. 충분히 발달한 기술은 마법과 구분할 수 없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쓴 영국의 SF 작가이자 미래학자인 아서 클라크가 제시한 ‘과학3법칙’이다. 기술은 과거에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에 예측이 힘들고 불가능했던 것도 하다 보면 가능성이 보이면서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사람이 하나로 연결된 초연결사회에서 이를 유기적·지능적·자율적으로 통제하는 ‘합일제어(All to One·AtO)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제 막 사물인터넷(IoT) 서비스가 하나둘씩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상황에서 모든 IoT 플랫폼을 하나로 연결해 통제하는 현실은 아주 먼 미래의 일처럼 들린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지난 10년 동안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생각해보면 10년 후 AtO 세상이 불가능하다고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제타바이트 시대, 사물통신이 사람 통화를 앞서다=디지털화로 기술과 세상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빠르다. 디지털은 세상의 모든 것을 0과 1의 데이터로 바꿨고 데이터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면서 올해 제타바이트(ZB)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ZB는 1조1,000억GB로 30년 전에 세상에서 가장 큰 숫자 단위로 만든 ‘요타’의 바로 밑이다. 불과 30년 만에 상상도 못했던 진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 같은 마법은 ‘1년마다 컴퓨터 성능이 두 배로 좋아진다’는 무어의 법칙이 지난 50년 동안 많은 기술과 제품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가령 마이크로칩과 슈퍼컴퓨터의 처리 속도와 저장용량, 에너지효율, 그리고 네트워크 속도는 수십억, 수백억 배 좋아지고 빨라졌다. 동시에 가격은 몇만 분의1, 몇백만 분의1로 싸졌다. 기계들이 싸고 작고 가벼워지면서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이 됐다. 지금 싸구려 장난감에 쓰이는 부품이 과거 슈퍼컴퓨터에 쓰이던 것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는 식이다. 또 사물들끼리 주고받는 데이터량이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통화량을 넘어섰다. 인터넷에 연결되는 기기 수가 급증하면서 데이터량이 더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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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스마트한 도전, 삶을 바꾼다=‘지진이 강타한 B지역은 모든 것이 마비됐다. 통제센터는 드론을 날려 무선망부터 구축하고 B지역에 있는 스마트폰을 ’구조모드‘로 전환시켰다. 배터리 사용은 최소화, 위치 발신과 탈출로 안내, 생체신호 병원 전송 등 필수기능만 구동된다. 각종 센서를 단 구조견과 로봇은 한 팀이 돼서 부상자를 구조하고 앰뷸런스는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병원에 데이터를 보내 수술을 준비시켰다. 공장 시스템은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가스 등을 차단했고 차들은 통제된 신호에 따라 우회했다.’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이 진행 중인 ‘스마트 아메리카 챌린지’ 프로젝트팀이 개발 중인 서비스의 일부다.

일상과 밀접한 전력·건강·교통·제조·건물·항공·재난구조 등 7개 분야, 24개 시범사업에 매년 3억달러를 지원한다. 삶도 나아지지만 새로운 일자리와 창업 기회 등 사회경제적 혜택도 크다. 시범사업을 거친 후 하나로 통합해 전 세계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독일도 공장을 거점으로 AtO 시스템을 구축한 후 적용 대상과 지역을 넓혀갈 방침이고 유럽연합(EU)도 자동화와 로보틱스에 초점을 맞춘 제조업 혁신 시스템을 연구하는 등 각국이 잰걸음 중이다.

◇한국의 AtO, 인프라와 평창이 기회=‘기초체력은 튼튼한데 응용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한국 IoT에 대한 평가다. IDC가 인프라를 중심으로 평가한 IoT 준비지수에서 한국은 일본·영국 등을 제치고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핵심기술 경쟁력과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는 한참 뒤졌다. 특히 핵심요소인 센서와 소프트웨어(SW) 경쟁력은 매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백색가전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부진하다. 사방이 꽉 막힌 형국인 셈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디바이스는 지난 2011년 20억개에서 오는 2020년 120억개로 6배 증가하지만 TV 등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품의 비중은 높지 않다. 생활가전이 36%지만 대부분 PC게임 콘솔, 셋톱박스, 카메라, 오디오 등이다. 반면 한국이 약한 지능형 빌딩, 유틸리티, 자동차, 헬스케어 등의 비중이 50%가량 된다.

그러나 반전의 기회는 있다. 전문가들은 탄탄한 IoT 인프라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주목한다. 강원도와 미래창조과학부는 ‘ICT 올림픽’을 목표로 내세웠다. 문화·관광·교통 등 다양한 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신규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것이다.

문제는 각 분야별로 쪼개진 개별 서비스만 있을 뿐 방문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IoT 융합서비스는 없다. 한 IoT 전문가는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교통·에너지·안전 등 개별 IoT 플랫폼을 연동시킨 한국 ICT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더 늦기 전에 민관이 힘을 합쳐 IoT 플랫폼을 하나씩 묶어나가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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