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전기료 인상, 중기 목소리 들어라

"대책 마련이요? 그동안 정부에 수차례나 건의했는데 모두 무시당하기만 했습니다. 이제는 전기료를 올린다 해도 업체들이 아예 손을 놓아버린 상황입니다."

기자가 최근 정부와 한국전력의 전기요금 인상 검토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묻자 어이없다는 투로 돌아온 한 중소기업인의 하소연 내용이다.


정부와 한전이 지난해 두 차례나 전기요금을 올리고도 올해 또다시 가격을 인상한다고 한다. 에너지를 절감하고 한전의 실적을 정상화하려는 목적이다. 만약 이번에 6~7% 가까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경우 지난 1년 동안만 20% 가까이 전기료가 올라가는 결과를 낳는다.

관련기사



물론 중소기업 모두가 정부와 한전의 요금 인상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현장에서는 "억울해도 사회 전체를 봤을 때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상당수다.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인상을 하더라도 그것이 한전 직원 연봉 인상이나 성과급으로 돌아가서는 절대 안 된다"는 단서 아래 "한전 실적이 오랫동안 안 좋았던 데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금 인상에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중소기업 대다수는 생산비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나마 미미한 경우다. 같은 중소기업이라도 전기요금이 생산비의 10~20% 가까이 차지하는 업체에는 이번 인상 검토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완성품을 제조하는 대기업들은 제품가를 올릴 여지라도 있지만 소재ㆍ부품 등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납품가에 전기료 인상분을 반영할 권한이 없는 게 대부분이다. 더욱이 지금 같은 불황에는 전기료 인상으로 회사 자체가 고꾸라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전기료 인상이 정말 불가피한 선택이라도 전기요금 고정비가 높은 기업의 어려운 형편은 반드시 따로 고려돼야 한다. 이제까지처럼 정부가 소통의 귀를 막고 일방통행식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일괄 적용한다면 그 부작용은 예상보다 클 게 분명하다.


윤경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