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젠 윤리경영이다] 도덕성있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엔론파산여파 '윤리경영=기업경쟁력' 인식 확산기업 윤리가 기업생존을 좌우하는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덕성 논란에 휘말린 기업이 시장의 신뢰 상실에 따라 파산에 이르는 사례도 급속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종합에너지 회사인 엔론의 파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초우량 기업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나 타이코 등이 실적을 부풀렸다는 루머가 증권가를 떠도는 순간 주가가 곤두박질한 것도 윤리경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 준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벤처 게이트에서 보듯 경영 투명성이 의심될 경우 해당 기업들은 주가 폭락은 물론 신규 자금 조달이 힘들어짐에 따라 도태의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윤리경영이 기업경쟁력의 핵심요인이자 생사를 가름하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항상 도덕성을 제1의 가치로 여긴다' 미국 포춘지에 의해 5년 연속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된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가치헌장'에 나오는 말이다. GE는 비도덕적인 사건이 발생할 경우 그 부서의 책임자까지 해고할 정도로 윤리경영을 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지난 90년대초 GE 항공기엔진사업부 직원이 이스라엘 공군 장성과 공모해 정부예산을 유용했을 때 GE의 대응을 보면 이 회사가 윤리경영에 얼마만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를 잘 보여준다. 당시 GE는 무려 9개월동안 내부 감사를 실시, 당사자는 물론 연루자 21명을 해직 또는 문책했고 경영자 2명도 사직 권고했다. 삼성ㆍLG 등 국내 기업들도 '준법감시인(CCO)' 제도를 신설하고 윤리헌장을 선포하는 등 윤리경영 체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박상수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기업은 회생불능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투명경영과 책임경영, 윤리경영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 확립이 기업의 가장 든든한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 윤리경영이 곧 경쟁력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45.2%가 기업윤리헌장을 채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9년 21.8%보다 배나 늘어난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문은 윤리헌장을 채택한 기업들 중 72.3%가 윤리헌장 제정이 매출액 증가와 관련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또 500개 기업 중 '윤리경영이 수익성에 직결된다'는 의견도 14.2%에 달했다. 이는 2년전 조사 4.4%에 비하면 현저하게 높아진 수치다. 또 "윤리경영은 생존전략"이라 응답한 기업도 14.2%로 2.4%보다 크게 늘어났다.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이는 기업들이 반부패 라운드와 같은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만약 관련 임직원이 협력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으면 이는 결국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제품 경쟁력 하락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 재계 움직임 활발 최근 열린 제41회 정기총회에서 전경련은 ▲ 강한 경제 ▲ 일류 국가 ▲ 윤리경영을 올해 3대 재계 목표로 정했다. 특히 전경련은 "부당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며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감시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에 대한 줄대기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엔론의 투자 가운데 가장 잘못된 것을 정치자금이라고 꼽았다"며 "정경유착이란 꼬리표가 붙은 기업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ㆍLGㆍSK 등 국내 대기업들도 윤리경영이 기업 이익과 직결된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 최고경영자가 참가하는 정기 기업설명회(IR) 개최 ▲ 투명한 구매시스템을 활용한 구매비리 근절 ▲ 접대ㆍ향응 한도 설정 ▲ 사장 직속의 전담팀 구성 및 윤리강령 제정 ▲ 감사 강화 등 다각적인 실천방안을 마련, 시행 중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임직원들의 납품 비리가 잇달아 적발되자 계열사 전직원 12만명을 대상으로 특별윤리 교육도 실시했다. 포항제철은 오는 4월 '기업윤리행동 준칙'을 제정하는 한편 간담회나 정기교육 등을 통해 직업윤리 교육을 강화키로 했다. 특히 신세계는 임직원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적발될 경우 사례와 징계 내용을 사내 인터넷망에 공개하고 있을 정도다. LG칼텍스정유와 하이닉스반도체는 거래상 금품수수나 성희롱 등을 감시하는 준법감시인 제도를 도입했다. 상대적으로 하도급 비리가 많다는 평가를 들어온 건설업계도 마찬가지다. LG건설이 지난해 '공정문화팀'을 신설한데 이어 현대건설은 '사이버 감사실'을 신설했다. ◆ 아직 갈 길은 멀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들도 투명경영 및 윤리경영 확립에 나름대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회계 투명성 및 지배구조 개선, 협력회사와 납품 비리 근절 등에서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석중 전경련 기업윤리지원센터 소장은 "기업들도 윤리경영이 필요하다고 공감하고 있으나 아직은 사회적인 의무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윤리경영을 비용 지출이 아닌 매출이나 이익 확대를 위한 투자라는 최고경영자(CEO)들의 인식전환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도 시급하다. 전경련은 정부가 '윤리경영 우수기업'에 대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의 각종 조사를 면제해 주고 공공기관 입찰 때 우대해 주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소장은 "미국처럼 윤리경영을 인정받은 기업은 민사나 형사소송 때 법원이 참작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밝혔다. 최형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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