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남발되는 외래어 명칭

지금 우리 사회에는 외국어 표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백화점·상점·유흥업소의 간판에서부터 큰 기업체의 상호와 상품의 명칭에 이르기까지 외국어와 외국어 약어표기가 확대되고 있다. 외국어를 억지로 우리말로 바꾸어 사용하기 보다 외국어 그대로 쓰는 것이 이해가 쉬운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텔레비전, 라디오, 컴퓨터, 에어콘 등은 이제 우리말화된 외래어다.기호품중 하나인 담배의 상표에도 외국어가 표기되고 있다. 대기업 그룹중에는 아예 영문 이니셜을 따라서 상호를 사용하는 회사도 있다. 해외시장에 수출을 늘리고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외환위기 이후에 외국어 약자도 국민들에게 크게 익숙해 지고 있다. 국제 통화기금의 약자인 아이 엠 에프(IMF)를 모르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또한 부실은행이 퇴출되는 것을 지켜본 예금자들은 불안한 나머지 예금할 때, 그 은행의 비 아이 에스(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냐고 물어보고 예금을 하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또 최근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간접투자상품인 투자신탁상품의 이름도 외래어 표시가 늘어가고 증권회사 이름을 외래어로 바꾼 예도 있다. 외래어가 우리 생활의 한 가운데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다. 우리 국민의 외국어 해독률은 통계가 나와있지 않으나 우리말 해독률이 96.3%(90년 통계치)인 점을 감안할 때 외래어에 대한 이해도 역시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외래어 명칭의 남발이 초래할 문제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외래어로 표시된 상품의 품질이 우수한 것으로 비치게 함으로써 판단을 그르치게 할 요소는 없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상호나 상품명만의 외래어가 아닌 그 품질이나 서비스에서도 세계적 기준에 손색이 없도록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의 것이 더 우수한 것으로 입증될 때에만 우리말로 표기된 상품이나 상호가 더 선호될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포장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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