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외국인 U턴·외환 안정… 베트남경제 청신호

규제 풀고 경제 활성화 주력<br>증시 거래 늘면서 올 11%↑<br>법인세·부가세 인하도 추진<br>부실 국영기업 정리는 과제


지난해 은행권 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졌던 베트남경제에 새해 들어 청신호가 켜졌다.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경제개혁 의지에 기대감을 품은 외국인 투자가들이 속속 U턴하면서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외환보유액이 늘며 베트남 통화의 경쟁력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혁의지만으로는 부실 국영기업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베트남경제에 대한 회의적 전망을 좀처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증시는 1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웃국인 필리핀과 태국증시가 같은 기간 각각 33%, 36%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새해 들어서는 분위기가 역전됐다. 필리핀과 태국증시가 각각 연초 대비 3.5%, 1% 상승에 그친 반면 베트남증시는 11% 이상 올랐다.

캐나다계인 매뉴라이프자산운용의 트린 응우옌 베트남 총괄책임자는 "베트남 정부가 경제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한 점에 고무돼 있다"며 "최근 몇 주 동안 베트남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은 최근 정부가 자산관리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국영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부실채권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 중앙은행에 따르면 베트남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82%로 중앙은행이 당면한 최대 난제다.


또 베트남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의 규제장벽 완화와 증시활성화 계획도 내놓았다. 베트남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보유 한도를 49% 이상으로 높이고 증시 일일가격 변동 상한선을 현행 5%에서 7%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주식거래세 인하를 추진하고 증시 거래량 확대를 위해 정부에 국영기업 민영화에 박차를 가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밖에 베트남 재무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를 인하하고 국영토지 임대료를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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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찌민증권의 피아크라 매캐너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몇주 동안 베트남증시에서 '사자'주문이 봇물처럼 터졌다"며 "올 들어 일평균 거래금액이 1억달러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하반기 일평균의 세 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 외국인 투자가들은 올 들어 호찌민증시에서 4,200만달러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투자가들은 지난 9일 미국 사모펀드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KR)가 발표한 베트남 식품기업에 대한 대규모 직접투자 계획을 베트남경제의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KKR는 베트남 최대 재벌그룹인 마산의 식품계열사 마산컨슈머에 2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사모펀드의 베트남 기업 직접투자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새해 들어 베트남경제에 희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지만 연간 7~8% 수준에서 5%까지 밀린 경제성장률을 다시 높이려면 정부가 보다 강도 높은 경제개혁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사업비용이 커지고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하노이 시내 기업 5만8,000곳 중 70%가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정도다.

또 부실채권 사태의 발단이 된 국영기업을 손보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에 터졌던 비나신(베트남조선공사) 부실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국영기업들의 불투명성과 방만함은 심각한 수준이지만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40%나 차지하고 있어 섣불리 메스를 들이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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