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C제일銀 노조 2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

불신이 또다른 불신 불러<br>"SC, 현지토착화 노력 않고 이익금 환수 노력만 몰두"<br>성과급제 도입 놓고도 갈등 노사 협상불구 성사 불투명

SC제일은행은 지난 5월까지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에 있는 지점과 출장소 27곳을 폐쇄했다. SC제일은행은 2005년 포항합숙소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총 35건의 부동산을 매각해 3,003억원을 현금화했다. SC제일은행 충무로역점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지난 1998년 '눈물의 비디오'를 보며 재기를 다짐했던 SC제일은행(옛 제일은행) 직원들이 결연한 의지로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눈물의 비디오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봄 제일은행 직원 4,000명이 감원당할 당시 직원들의 하루를 잔잔하게 담아 화제가 됐던 동영상이다. SC제일은행 노조는 사측에서 주장하는 호봉제 폐지가 직원 퇴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제2의 눈물의 비디오'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27일 총파업을 선언한 SC제일은행 노조는 22일 노사 단체협약 협상에 나섰지만 협상의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에 가려져 있는 형국이다. 노사 간 불신의 골이 워낙 깊은데다 갈등도 커지고 있어서다. 김재율 SC제일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사교섭을 앞두고 있지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며 "사측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는 한 총파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희망이 없다"=SC제일은행 노조가 은행권에서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총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사용자 측에 대한 강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핵심은 SC금융지주가 국내 토착화 노력을 게을리하면서 기존 제일은행 직원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SC가 한국시장에 큰 저항 없이 들어올 수 있었던 데는 현지 토착화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까지 이익금 환수에만 노력을 기울였을 뿐 현지 토착화 노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예로 인사문제를 들었다. 현재 SC제일은행 본부부서 90여개 중 절반은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가 책임자로 있다. 김 위원장은 "기존의 제일은행 출신자들이 승진할 수 있는 자리는 지역본부장까지가 최고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희망이 없다'라는 얘기조차 나올 정도"라며 "또한 지나친 수익위주의 경영으로 은행의 공적 기능을 등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주주배당 정책도 문제로 제기했다. SC제일은행은 2009년 당기순이익의 58%를 주주에게 배당한 데 이어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2010년에는 오히려 순이익의 60%를 배당했다. 그러나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배당률이 여타 금융사에 비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주사는 이를 해외본사에 배당하지 않고 국내 시장에 재투자하는 데 대부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성과급제 도입 놓고 갈등심화=사용자 측이 추진하고 있는 성과급제 도입은 노사 간 갈등을 심화시켰다.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제를 보면 성과를 1~5등급으로 차등해 지급한다. 2년 연속 5등급을 받은 직원은 개인영업으로 전환되며 목표에 미달하면 최고 45%의 임금을 삭감 당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사측의 제안은 고용자 측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라며 "호봉제 폐지는 곧 직원 퇴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의 입장은 다르다. SC금융지주 내에서 성과급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곳은 은행뿐이며 급변하고 있는 금융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성과급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사측은 이미 기본급 차등인상 시기를 3년에 걸쳐 연차적으로 도입하고 팀별 성과제를 폐지하지 않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제시했다"며 "전세계 SC그룹 지점 중에서 호봉제가 유지되고 있는 곳은 SC제일은행뿐으로 성과급제 도입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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