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기간 내내 전국에 몰아쳤던 한파가 꽤나 매서웠다. 한강이 결빙되고 상수도 동파사고가 잇따르는 등 한바탕 큰 소동을 벌어졌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설빔도 제대로 장만하지 못한 서민들에게는 더욱 가슴이 시린 설이었다.
동장군의 위력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발표된 `10ㆍ29 대책` 이후 계속된 정부의 규제로 신규아파트 청약경쟁률과 계약률이 외환위기 때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다. 또 서울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미분양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은행 등 금융회사가 부동산시장 전망불투명 등을 이유로 주택 관련 대출규모를 점차 축소하는 등 주택업계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업계는 주택시장에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를 이겨내기 위해 분양가 인하와 함께 마케팅의 다양화ㆍ차별화를 통해 힘겨운 겨울나기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신규분양시장의 청약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주택업체들간 분양가 인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기존 고객을 붙잡기 위해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기법을 강화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모델하우스 마케팅을 통해 수요자의 관심을 끌어내 계약률을 높이는 데에도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경품행사를 벌이는 것은 기본이고, 몇몇 주택업체들은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방검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차별화된 이벤트를 시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말 내방객을 유인하기 위해 각종 문화ㆍ예술공연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주택업체들이 이렇게 공격적인 판촉 마케팅을 벌이는 것은 아니다. 계약률이 극히 나쁜 일부 아파트사업장의 경우 계약자에게 분양대금을 돌려주고 사업을 아예 포기하는 극단적인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더욱이 정부가 10ㆍ29 부동산안정대책의 후속조치를 지속적으로 시행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향후 신규아파트사업을 검토하던 주택업체 대다수가 사업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위기의 주택시장을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주택산업 붕괴로 이어져 주택대란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실정이다.
주택업체들의 피나는 겨울나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들어 미분양주택의 급증과 함께 주택공급물량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업체들의 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아무쪼록 새봄이 빨리 찾아와 서민들과 주택업계에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김문경 대한주택건설협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