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4월2일] 1792년 화폐주조법


‘1달러의 가치는 은(銀) 371.4그레인으로 삼는다.’ 1792년 4월2일 확정된 ‘화폐주조법’의 골자다. ‘하프 센트(500분의1달러)’에서 ‘이글(10달러)’까지 새로 도입한 10가지 동전의 가치 체계는 스페인의 중남미 식민지 통화인 다레라 은화와 같았다. 영국 파운드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자는 의지가 담겼다. 근대국가의 화폐 중에서는 10진법을 처음으로 본격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법 제정은 달러화를 기준통화로 삼은 1785년의 대륙회의 의결 이후 7년 만. 주별로 주조권을 행사하자는 주권주의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워싱턴 대통령과 해밀턴 재무장관 등 연방주의자들은 법이 통과되자마자 빠르게 움직였다. 4월 중순에는 과학자 출신 ‘리튼하우스’를 조폐국장에 앉히고 연말에는 동전을 찍을 증기 압연기를 영국에서 들여왔다. 법에 명시된 조폐국장의 연봉은 2,000달러. 비숙련공 임금상승률을 감안해 2005년 가치로 환산하면 73만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조폐국 자문관ㆍ수석기술자의 연봉도 당시로서는 거액인 1,500달러ㆍ1,200달러로 책정할 만큼 미국은 연방화폐 제작에 정성을 쏟았다. 화폐 통일에 대한 염원이 간절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주화를 찍은 것은 1794년부터. 중남미에서 반입되는 은을 재료로 은화를 주로 생산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금광과 은광이 발견된 19세기 중반부터는 금화 생산 비중이 높아지고 통화제도 역시 금은 복본위제에서 금 본위제로 바뀌었다. 귀금속을 근거로 화폐를 발행하는 본위제도가 사라지고 미국경제도 이전만 못하지만 215년 전의 법률을 근거로 발행되는 달러화는 여전히 세계를 호령한다. 세계 경제가 1792년 미국의 화폐주조법 영향권에 묶여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