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독도 예산

임웅재 논설위원


'천한 군졸이 죽음을 무릅쓰고 강한 적과 싸워 나라를 지켰건만 조정은 도리어 귀양을 보냈으니 참으로 애달픈 일이다.' 조선의 실학자 이익은 '성호사설'에서 일본으로부터 울릉도와 독도를 지켜낸 안용복을 '참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안용복은 조선 숙종 때 경상좌수영에서 노를 젓던 격군 출신. 울릉도 해역에서 일본 어민들의 불법조업이 끊이지 않자 1696년 세금을 걷는 관리로 위장, 일본으로 건너가 그곳 태수와 에도 막부로부터 사과와 함께 어민들에 대한 도해(渡海)금지령, 울릉도·독도가 조선 땅임을 확인하는 서계를 받아냈다.


△하지만 안용복은 무단월경 및 관원사칭죄로 귀양을 갔다. 해군은 2008년 실전 배치한 이지스급 한국형 구축함 1번함을 안용복함으로 명명하는 방안을 검토하다 세종대왕함으로 최종 결정했다. 세종대왕에 대한 국민적 호감도가 높기도 했지만 2005년 진수한 대형 상륙함을 독도함으로 명명했다가 일본정부와 외교적 마찰을 빚은 적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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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가 한국전쟁 중이던 1952년 2월 미군의 폭격훈련지에서 제외되자 일본의 불법 어로가 잦아졌다. 방치하면 일본의 지배하에 들어갔을 수도 있었다. 민초들이 나섰다. 특무상사로 전역한 홍순칠이 청년들을 모아 1953년 4월 독도의용군수비대를 조직, 1956년 경찰에 인계할 때까지 영토를 지켜낸 것. 자체 조달하거나 울릉경찰서에서 지원받은 소총·기관총·박격포 등으로 무장,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을 수차례 격퇴시켰다. 독도 동도 바위에 '韓國領(한국령)'이라는 글자도 새겼다.

△국회가 예산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의 독도 홍보예산이 2년 연속 20억원 삭감됐다. 외교통일위가 예산을 증액해도 쪽지예산 때문에 밀려났다. 이미 설계가 끝난 독도 방파제 건설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반면 일본은 영토 문제 대책예산을 10억엔(115억원)으로 23% 늘렸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영상을 10개국어로 만들어 국내외 홍보에 본격 나섰는데 우리는 너무 태평이다. 수십년간 '조용한 외교'를 폈지만 별 성과 없이 일본의 공세만 거세졌다. 정부는 이번에도 민초들에게 독도 수호를 맡길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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