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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향기] <31> 창덕궁 향나무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으로 들어가 담장을 따라 100m 정도 걷다 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우람한 나무 한 그루를 만날 수 있다. 향나무인데 문화재 당국은 수령을 750년으로 본다. 이 경우 4대문 안을 기준으로 최고령 나무다. 고려시대 남경 지역에 얼마 남지 않은 '흔적' 중 하나다. 수령이 750년이면 1250년대에 태어났다. 창덕궁이 1405년에 세워졌으니 궁궐이 이 나무가 있던 자리에 들어섰든지 아니면 창덕궁 건설과정에 150살 된 나무를 옮겨 심었을 것이다. 당시 사정상 멀리서 옮겨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전에는 어디 있었을까. 지금의 운현궁과 교동초등학교 동쪽 언덕에는 고려시대 지방교육기관인 향교(鄕校)가 있었다. 3경 중의 하나인 남경의 규모로 봤을 때 향교 크기도 상당했을 듯하다. 이처럼 향교가 있어 이 지역을 향교동이라 불렀고 줄여 '교동(지금의 경운동)'이 됐다. 그러면 향교를 수호하던 향나무가 조선 건국과 함께 궁궐로 이동했다고 보는 것도 가능하다. 향나무는 궁궐은 물론 사대부의 정원ㆍ사당ㆍ사찰ㆍ우물가 등에 심어졌는데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체이자 부정을 씻는 정화 나무로 사랑 받았다. 나무 하나에서 고려와 조선, 현대를 잇는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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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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