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달만에 세우는 5년 전략계획

이철균 기자 <경제부>

“80년대식 제도를 시행하는 것 같아 답답할 뿐입니다.” 국정감사가 끝난 뒤 숨돌릴 틈도 없이 정부 부처들은 5년짜리 ‘중장기 성과관리 전략계획 및 시행계획’을 준비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3월 제정된 ‘정부업무평가기본법’에 따르면 모든 정부 부처는 중장기적인 성과관리 목표에 따라 업무를 진행하고 평가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기존 각 부처별 1년 단위로 단기적인 계획을 마련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향후 5년간의 중장기적인 전략과 시행계획을 수립,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전략계획 및 시행계획’ 최종 보고 시점이 올 연말로 다가온 것. 이미 초안은 지난주 국무조정실에 각 부처별로 보고했다. 중장기 계획을 세워 정부 부처별 성과관리를 하겠다는 의도는 일견 타당하다. 그동안 매년 1년 단위의 계획을 마련했던 것을 보완해 5년짜리 중장기적인 전략과 시행계획을 가지고 성과관리를 하는 게 더 체계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효용성이다. 한 부처의 관계자는 “5년짜리 전략계획을 세우려면 5년치 GDP 성장률 등 추정치를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두 달 만에 후딱 만드는 계획이 얼마나 충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5개년 성과관리 전략계획이 이름만 바뀌었지 80년대 시행했던 제도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효용성이 결여돼 폐기된 제도가 ‘혁신’의 일환으로 부활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권 말기에 ‘모종의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법이나 계획으로 묶어 현정권이 끝나도 이미 정해진 틀이나 계획 속에 이 정부의 정책을 지속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정부업무평가기본법이나 현재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 혁신기본법, 더 나아가 고위공무원단법도 다 비슷한 맥락”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실제 국민의 이익과는 큰 관련이 없는 계획 수립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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