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신제품을 먼저 공급해주는 ‘예약판매’를 통해 소비자들을 울리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초기 사용자(early adopter)들을 대상으로 IT 신제품을 가장 먼저 공급해 주는 예약 판매 제도가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구매 대금을 받은 뒤 1~2개월 후에나 제품을 배달해주거나 제품의 성능이 당초 공지한 것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업체 유경테크놀로지스의 경우 최신 PMP를 6,000대 가량 예약 판매한 후 한 달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있다. 내비게이션업체 팅크웨어도 최근 신제품을 예약 판매한 후 두 달이 지나서야 제품을 배송하기도 했다. 특히 일부 제품의 경우 처음 예약 판매를 시작하면서 공표한 것보다 성능이 떨어져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한다. 예약 판매는 이제 정보기술(IT)업계의 관행으로 자리잡았다.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시장을 선점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유행 등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약 판매가 처음 도입될 때만 해도 계절적 특수를 감안해 생산물량을 조절하기 위한 목적이 많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자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돈은 먼저 받은 후 제품은 1~2개월 후에나 넘겨주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제품을 내놓는 식으로 예약 판매를 진행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라는 비난의 소리가 높다. 일부 업체들은 경쟁업체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개발도 하기 전에 예약 판매에 나서 ‘함량 미달’의 제품을 쏟아내기도 한다. 일부 기업들은 예약 판매 과정에서 ‘한정 판매’라는 식으로 수량을 공지함으로써 서둘러 구매에 나서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탓에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기능이나 사양을 공지하면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예약 판매를 악용함으로써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나 않을 까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