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골프업계의 심정이 딱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 물러갔지만 활기를 느끼기 어렵다.
골프장 이용객 수는 따사로워지는 날씨를 따라 늘고 있으나 속사정은 우울하기만 하다. 반토막 아래로 떨어진 회원권 가격은 쉽사리 반등하지 않아 보유자와 골프장 업주의 애를 태우고 있다. 회원권 시세가 분양금액 밑으로 내려간 곳은 입회금 반환 요구로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다. 건설 중인 골프장도 회원모집 부진으로 자금 압박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그 여파로 골프용품 업계도 판매부진에 고심하고 있다.
회원권 가격 하락의 표면상 원인은 골프장 건설 증가와 경기 침체,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불황 속에 현금 보유를 위해 상당수 회원들이 회원권을 팔았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시대와 거꾸로 가는 골프관(觀)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골프는 세계 무대에서는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여전히 냉담한 시선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위정자들의 골프를 향한 이중적 태도가 골프 관련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골프는 스포츠이자 이미 거대하게 성장한 하나의 산업이다. 특히 골프장은 건설과 운영을 통해 조세와 고용, 관광 등에서 엄청난 내수진작 효과를 내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골프 용품과 의류 판매, 대회 개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파생효과도 크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들은 골프를 산업으로 인식하기는커녕 자신들의 골프 라운드도 극도로 삼갔다. '서민-반 서민'이라는 이분법적 표 계산 논리 때문이다. 묵시적인 골프 금지령 속에 공무원은 물론 전체 회원권 수요의 70%가량을 차지하는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골퍼들은 골프장에 부과되는 무거운 세금 때문에 비싼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다.
이제라도 골프 산업 활성화를 통해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지혜를 찾아야 한다. 그 첫걸음은 위정자가 골프와의 불편한 관계를 개선하는 일이다. "대통령님이 골프하는 모습만 보여줘도 골프 산업이 확 살아날 것"이라는 한 업계 인사의 말이 귓전에 맴돈다.
마침 오는 2015년 미국과 세계연합팀이 대결을 펼치는 프레지던츠컵 골프대회가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린다. 세계 5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이 대회는 개최국의 현직 또는 전직 행정부 수반이 대회장을 맡는다. 대통령의 골프가 금기인 시대는 지났다. 때와 장소만 가린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