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투신 '빅뱅' 막올랐다 (上)] 자산운용 경쟁격화 중소社 도태예고
PCA, 대투 인수땐 수탁액 20兆 넘어‥동원지주도 증권업계 2~3위권 가능성
국내 투신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군림해온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의 우선협상자가 선정됨에 따라 다시 한번 국내 자산운용업계 판도에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칠 전망이다.
지난 3월 미국 푸르덴셜의 현투증권 인수로 촉발된 투신업계 구조조정이 이번 한투ㆍ대투의 매각으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일투자ㆍ동양오리온투자증권 등 나머지 전환증권사들의 합병 및 매각작업도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이 같은 대형화 및 전문화 흐름에 동참하지 못할 경우 중소형사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태어나는 한투ㆍ대투=전문가들은 한투ㆍ대투증권이 업계 수위를 달리고 있는 한투운용과 대투운용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어 예정대로 동원금융지주와 영국 PCA에 인수될 경우 '새로운 강자'로 거듭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의 '부실 금융기관' 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날개를 달게 될 것이라는 것.
2002년 10월 옛 굿모닝투신운용을 사들여 PCA투신운용을 설립했던 PCA는 대투증권을 인수하게 되면 단번에 국내 자산운용업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12일 현재 대투운용의 수탁액은 18조원대로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PCA투신의 수탁액을 합칠 경우 20조원이 넘는 매머드급 운용사로 다시 태어난다. 국내 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 지난해 말 한때 한국시장 철수설까지 나왔던 PCA 입장에서는 대투증권ㆍ대투운용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국내 자산운용시장을 공략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동원금융지주 역시 한투증권 인수를 통해 금융지주회사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회사로 동원증권ㆍ동원창업투자 등을 두고 있는 동원금융지주가 한투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산관리영업과 투자은행(IB) 부문을 대폭 강화할 수 있게 된다. 동원증권은 삼성증권에 이어 업계 2~3위를 다투는 대형 증권사로 단번에 뛰어오르게 된다.
◇다시 짜여지는 업계 판도=전문가들은 시장지배력이 여전히 강한 한투ㆍ대투증권이 부실이라는 불명예를 떼고 클린컴퍼니로 다시 태어날 경우 업계 판도를 주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형 운용사들의 시장 도태와 퇴출도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특히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자산운용사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투ㆍ대투의 성공적인 매각은 증권ㆍ투신 구조조정의 분수령"이라며 "업계의 무한경쟁을 가속화시키는 것은 물론 자산운용시장의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3년 가량 지지부진하게 끌어오던 투신업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앞으로는 크기나 이름만으로 영업하는 시대가 끝나고 영업력 등으로 가름하는 진검승부가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
입력시간 : 2004-07-1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