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설문결과 보니 속이 시원 " 공감 속 "역풍 맞을라" 우려도

■ 서울경제 공직사회 개혁 의식조사 관가 화제

"우리 부처 답변 통째 받아볼수 있나" 잇단 요청

'줄서기 1위' 총리실 "우리가 솔직한 탓" 해명도

靑 "참고하겠지만 국정과제 흔들림없이 추진"

공무원 개혁과 관련한 서울경제신문의 공직사회 의식조사 보도가 관가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28일 공무원들이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세종=이호재기자

"한평생 공직에 대해 회의가 든 적이 없었는데 세월호 이후 처음 그러네요. 모든 문제를 공무원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너무 힘듭니다."(사회부처 A국장)

"공무원답지 않게 상당히 감정적으로 점수를 매겼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그간 억눌렸던 감정이 표출된 게 아닌가 싶어요."(경제부처 B과장)


28일 세종시 공무원들의 점심시간 화젯거리는 서울경제신문의 '공직사회 개혁 의식조사' 설문결과였다. 공직사회가 최근 '관피아(관료+마피아) 개혁'에 대해 얼마나 거부감이 심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결과에 대해 공무원들은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괜히 역풍 맞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설문결과를 과연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라며 "아무리 속상해도 지금은 자숙하고 자성해야 하는데…"라는 걱정 섞인 반응도 나왔다.

이날 아침부터 일부 부처에서는 자신이 속한 부처의 설문 집계결과를 통째로 받아볼 수 있느냐는 요청이 잇따랐다. 특히 고위공무원단 중 누가 답변에 응했으며 직급이나 연차별 분포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 많았다.


인사 영향력 1위가 '줄서기(40%)'라는 결과가 나온 총리실에서는 "내용이 충격적이면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견 등의 형태로 근무하는 공무원 비율이 절반가량 되다 보니 조직보호 본능이 섞이지 않은 적나라한 답변이 나왔다고 자평했다. 총리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총리실에서 특별히 '줄서기' 문화가 강하다기보다 독특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고 봐야 한다"며 "인사에서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답변이 많았던 부처에서도 실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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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 답변을 놓고도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C부처의 한 과장은 "민간 이직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공무원이 80%인 것을 보고 정말 내 얘기다 싶었다"고 했고 D부처의 한 국장은 "민간 재취업 규제에 반대하는 답변(72.1%)이 너무 적다. 속으로는 100% 반대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공무원연금에 대한 오해를 억울해하기도 했다. E부처의 한 주사는 "연금개혁에 3명 중 2명이 반대한다고 나왔는데 실제로는 80% 이상이 현 상태를 원한다"고 지적했다. F부처의 한 과장은 "내 연봉이 6,000만원이고 연금 얼마 받나 계산해보니 딱 1억원 정도더라"라며 "요즘 같은 때는 공무원 생활 중에 제일 불행하다"고도 토로했다.

설문결과에 대한 각종 해명(?)성 반응도 나왔다. G부처의 한 국장은 "조직개편이나 인사개편에서 직급 간, 부처 간 입장 차가 크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좋은 평가를 받는 정책을 내놓기는 근본적으로 쉽지 않다"고 두둔했다. 민간 퇴출 시스템 도입 반대에 대해 H부처의 한 과장은 "퇴출 시스템이 도입되면 줄서기가 더 심해지고 대선 전에는 고참 과장 이상은 전부 정치권에 줄대기를 해서 퇴출을 무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부처의 한 과장은 "공무원의 조직관리는 교수나 정치인보다 훨씬 뛰어나다"며 "정치권에 휘둘리는 공무원들이 어떻게 백년대계를 책임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정부조직 개편 대상에 포함된 한 사회부처의 한 대변인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 일반 국민과 공무원을 비교했으면 좀 더 명확하지 않았을까"라고 지적하며 "(해양경찰청 개편 등 2차) 조직개편이 잘못됐다는 평가가 49%라면 나머지 51%는 잘했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중앙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 대해 지방공무원들 역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모 지방자치단체의 한 공무원은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매우 흥미로워하고 있다"며 조사방식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설문 대상 공무원들이 전체 공직사회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번 결과가 하나의 참고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며 "흔들림 없이 국정과제를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제·정치·사회부 종합 bluedas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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