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하루 8시간 이상 작업이 중단되는 노사분규가 올 상반기 45건이나 발생했다. 2006년 상반기 52건 이후 8년 만의 최고치이자 지난해 같은 기간 17건의 2.6배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르노삼성차·한국GM에 이어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를 포함한 대기업 노조의 파업 결의·예고가 잇따르는데다 분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회사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추가 근로수당 산정근거가 되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 문제가 핵심 쟁점이다.
사태가 이처럼 꼬인 데는 대법원의 모호한 판결도 일조했다. 노사 간 신의성실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중대한 경영상 위기에 처한 기업에 한해 통상임금 소급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큰 책임은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와 국회에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원이 오래전부터 기존의 통상임금 지침과 배치되는 판결을 해왔는데도 근로기준법령을 고치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법적 구속력이 떨어지는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만 내놓은 채 입법화를 국회로 미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도 노사정소위원회를 가동해 근로시간 단축, 통상임금, 정년연장 후속조치 등을 논의하는 척만 했지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입법주체의 직무유기는 노사갈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회도 분발해야겠지만 이런 때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잘 잡고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올해 임단협까지 소급청구를 불허하는 지침의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지만 통상임금의 고정성 요건과 노사 간 신의성실 원칙을 강조한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부합하는 만큼 마냥 미룰 게 아니다. 정부와 국회는 내수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서 '노사분규 리스크'만이라도 걷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