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실미도대원 유해발굴 돌입…유족 오열

"무능해서 이제야 찾아와 죄송합니다. 이제 편한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28일 서울 구로구 오류동의 한 야산. 그렇게 그리워하던 가족이 바로 이 곳에묻혀 있다는 생각에 실미도 부대원 유족들은 교차되는 슬픔과 울분에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 없었다. 국방부 과거사 진상규명위원회는 1972년 초병살해죄 등으로 사형이 집행된 실미도 부대원 4명의 유골 매장지로 추정되는 이 곳에서 유해발굴 작업에 들어갔다. 유해 발굴 대상자는 임성빈, 이서천, 김병염, 김창구씨 등 4명으로 이들은 1972년 당시 공군 제7069부대가 있던 여기서 사형된 뒤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규명위와 국방부 관계자, 유족 등 40여명은 발굴작업에 앞선 의례인 묵념,축문 낭독 등 개토제(開土祭)로 혼령을 위로했다. 이번 발굴을 책임지고 있는 안정애 진상규명위 조사2과장은 "진상규명위는 국가권력의 잘못으로 희생된 피해자와 유족들을 위해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의지가확고하다"면서도 "결정적인 제보자들의 증언 청취의 어려움으로 작년 벽제에서의 발굴 만큼 자신이 없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유족회 대표로 나온 이명철 총무는 "왜 여기 누워 계신가. 권력기관의 과오로인해 유해를 이런 곳에서 찾는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 수가 없다. 부모 형제를 용서해달라"고 하는 한편으로 "권력자와 위정자는 회개하고 기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유족 4명이 유해발굴용 삽을 들고 `시삽'을 하자 일부 유족들은 "우리 오빠가 어떻게 이런 곳에 있어.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서.."라며 오열하기도 했다. 김병염씨의 누나인 영자씨는 "이제야 유해발굴을 한다고 하니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면서 "돈도 필요없고 아무 것도 필요없으니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그리고 국립묘지에 안장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당시 실미도에서 다리를 다쳐 아무 일에도 가담하지 않았다는데 사형을 당한 게 말이 되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족은 "사태가 이런데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며 원통해했다. 진상규명위는 관련자 증언 등 그 간의 조사를 통해 오류동 산 26-2, 23-8 번지일대의 쌍묘, 일반묘, 유해 매장지로 의심되는 둔덕 등을 유력한 매장지로 보고 있다. 진상규명위의 한 조사관은 "100% 확신은 못하지만 오늘 내일 중으로 유해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날부터 나흘간 삽과 곡괭이만을 이용한 유해발굴작업에는 20여명의 육군 유해발굴단과 충북대 형질인류학과 발굴팀이 동원됐으며, 유해 수습 즉시 서울대 법의학교실로 옮겨 유전자 감식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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