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지독한 패가 벌어지다

제3보(23~37)


창하오가 둔 수는 흑23이었다. 전투의 현장은 우하귀인데 태연히 손을 빼어 좌상귀를 두다니. 이 무슨 탈영병 같은 수란 말인가. 검토실은 매우 시끄러워졌다. 사이버오로의 타이핑 담당인 시인 박해진은 손길을 멈추고 해설자 루이9단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수지요?” 중국인인 루이9단은 뚱딴지라는 말을 원래 몰랐지만 순간적으로 이해하는 눈치였다. “이상한 수가 아니에요. 무서운 작전을 짜고 있는 거예요.” 백26까지 응수를 확인한 창하오는 폭탄 같은 수를 터뜨렸다. 흑27이 그것이었다. 연속적으로 패를 세 번이나 이겨야 하는 정말로 우격다짐 같은 패를 창하오가 감행한 것이었다. “너무 빨리 화를 낸 거 아닐까요?” 박해진이 묻자 루이가 대답했다. “아녜요. 최철한이 걸려들었어요. 흑은 팻감이 많아요.” 흑37로 지독한 패가 벌어졌다. 창하오는 제 목을 훤히 드러내놓고 상대의 목을 치려 하고 있다. 애초에 최철한이 상상한 그림은 참고도1의 흑1 이하 4까지였다. 그것이라면 백도 불만이 없는 절충이다. 실전의 백24로 참고도2의 백1에 따내는 것은 흑2, 4를 허용하여 백의 불만이다. (33…28의 오른쪽)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