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인 고용허가제 사실상 무산… 정부 ‘강제출국’ 딜레마

“외국인 근로자들을 무작정 강제로 출국 시키면 일은 도대체 누가합니까”(반월공단의 A공장 사장) “한국은 불법체류의 천국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또 불법 체류자들의 강제출국을 유예하면 국가적으로 망신입니다. 그렇다고 강제로 출국 시킬 수도 없고…걱정입니다.”(법무부의 한 관계자) 고용허가제 법안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상임위에도 상정되지 못하는 등 사실상 무산되면서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과 정부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체들은 정부가 밝힌 대로 오는 8월 이후에 20여만 명이 넘는 불법 체류자들을 강제로 출국 시키면 `인력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 법무부 등 정부도 원칙적으로는 강제 출국 시켜야 되지만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하면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민에 빠져있다. ◇술렁이는 외국인 노동자=고용허가제가 통과되지 못해 정부가 불법 체류자들에 대한 강제 출국조치를 시킬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불법체류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조선족 동포들이 집단 거주하면서 자연스럽게 서울의 `차이나타운`이 된 가리봉동과 구로동 일대는 유예기간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불법 체류자와 경찰의 `숨바꼭질`로 한바탕 혼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조선족 동포 수는 한때 5만여 명에 달했지만 지난해 말 이후 경찰의 불법 체류자 단속이 강화되자 지금은 2만~3만명 정도로 줄었다. 이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로, 단속 강화 이후 화양동 등 서울 다른 지역이나 지방도시로 뿔뿔이 흩어졌다. 서울조선족교회 오필승 목사는 “조선족 사회도 고용허가제가 무산될까 많이 우려하고 있다”며 “불법체류 조선족에 대한 단속 때문인지 700~800명에 이르던 주일 신도수도 최근에는 400명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인력난 가중 우려= “우리나라 사람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서 누가 오겠습니까. 그 나마 외국인 인력이 버텨줬는데 한꺼번에 현장 인력을 강제 출국 시키면 공장은 누가 운영합니까”. 반월공단에서 만난 D공장 박 사장(42세)은 정부가 정말로 강제출국을 시킬 것으로 보이냐며 반문하며 이같이 말했다. 10여명의 외국인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고 있는 박 사장은 “단속반원이 뜨기만 하면 이들이 숨기에 급급하다”며 걱정을 토로했다. 중소기업보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은 영세 소기업들이다. 5인 이하의 근로자로 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중소기업은 그래도 내국인 근로자가 있지만 우리처럼 전적으로 외국인에게만 의존하는 기업들은 타격이 크다”며 “그렇지 않아도 도망가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고 있는데 집중 단속이 뜨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민하는 법무부= 법무부는 원칙대로 8월 이후에는 강제로라도 출국 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더 이상 유예 조치를 하면 정부가 스스로 반복해서 법을 어겨, 법치국가의 체면이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관계자는 “당초 3월말이었던 출국시한을 고용허가제 도입을 조건으로 5개월 연장해준 상황에서 또 다시 출국시한을 늦출 수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경제 현실을 고려할 때 `법무부가 또 한번 유예를 시켜주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법무부 내부에서 원칙적인 처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경제 현실 등을 감안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등 고민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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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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