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에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30일 영국의 해운ㆍ조선전문지인 로이즈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3위 규모의 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 CGM사가 자금난 해결을 위해 이날 정부와 채권은행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또 CMA CGM사가 구상하는 채무조정안에는 1년간의 채무지불 유예, 영업과 관련 없는 자본 매각, 대규모 선박주문 취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CMA CGM의 현재 부채규모는 6조300억원(35억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 정부나 채권단이 자금지원에 동의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다. CMA CGM은 최근 채권은행들로부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부채조정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 위원회에는 프랑스ㆍ유럽계 은행들과 한국 등 아시아 은행들도 포함돼 있다.
국내에서는 수출입은행이 CMA CGM사에 5억달러가량의 여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CMA CGM으로부터 모라토리엄에 대한 통지를 받은 바는 없다"며 "이제부터 채권단 간 협의 등을 통해 논의해봐야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CMA CGM사의 채무조정안이 현실화하거나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경우 국내 조선업계도 대규모 발주취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ㆍ해운시장 조사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현재 국내 조선업계가 CMA CGM사에서 수주해 앞으로 인도해야 할 선박은 총 37척이며 금액으로는 약 4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은 1만1,356TEU급 컨테이너선 9척, 대우조선해양은 1만3,300TEU급 8척, 삼성중공업은 8,465TEU급 5척을 인도할 예정이다. 또 한진중공업은 부산 본사가 6,500TEU급 3척, 필리핀 수비크조선소가 1만2,526TEU급 2척과 3,600TEU급 10척을 각각 수주해 인도를 앞둔 상태다.
조선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CMA CGM이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받기 위해 모라토리엄을 포함해 강력한 자구노력안을 검토하는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해 현재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 조선업체 관계자는 "CMA CGM이 발주한 선박에는 이 회사 외에 다른 재무적 투자자들의 자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발주가 취소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CMA CGM 이외의 다른 선사들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박 인도를 연기하거나 발주를 취소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조선사들은 대비책으로 리세일 등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3위 규모의 대형 회사인 만큼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프랑스 정부도 대형 업체의 붕괴를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다각도로 지원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