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품질 떨어뜨리는 가격파괴 안된다

자영업자 현장을 돌아보면 하나같이 매출 부진으로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공과금, 월세 체납, 매출금액 전체를 다 가져가도 생활이 어렵다는 등의 내용을 호소하고 있다.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생존경쟁의 수단으로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가, 생선구이 전문점에서 생선이, 갈빗집에서는 갈비가 리필되고 문구점이나 제과점 같은 소매유통 업체들도 소위 끼워주기식의 ‘덤 마케팅’으로 제 살 깎아먹기 영업을 하기도 한다. 원가는 상승하는데 점포마다 생존 자구책으로 가격 인하 경쟁까지 벌이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다. 소비자의 입장을 볼 때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볼 수도 있다.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양이 푸짐하고 맛이 좋다는 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고객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요소다. 특히 소비가 위축된 불경기 때 잘 통하는 영업 방법은 가격 파괴다. 경쟁에 있어서 우위 요소를 가질 수 있는 가격 파괴가 시장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항상 유의해야 한다. 언론이나 방송에서 수시로 터져나오는 불량식품 관련 뉴스들, 일부 악덕 업자들이 만들어내는 수입제품의 국내산 둔갑, 수입생선에 들어 있는 볼트 등의 뉴스를 접하면 우리 서민들은 울분을 금치 못한다. 옛 속담에도 ‘싼 것이 비지떡이다’라는 말이 있다. 가격 파괴를 시도할 때는 원가 절감이나, 인건비 절감, 유통구조 혁신 등을 통해 시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일지라도 가격 파괴는 상품과 서비스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객들은 가격이 저렴한 것만을 원하지 않는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것이지 싸구려 다홍치마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서민들은 비록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소득 2만달러시대에 접근하는 높은 소비 수준과 건강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자영업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국민건강을 책임져야 하는 식품유통 업체, 체인 본사, 외식사업자들은 식자재에 관해서는 눈속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먹는 음식으로 눈속임을 해 장삿속을 채운다는 마음가짐이라면 자신은 물론 그 업종 자체가 발붙일 곳이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번 만두 사건, 김치 파동 등의 교훈을 다시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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