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위기의 인천 목재산업


요즘 인천의 목재산업이 몸살을 앓고 있다. 수십년간 목재류 유통기지와 물류단지 역할을 해온 북항 배후부지가 개발되면서 이전을 해야 되기 때문이다.

70여개의 목재업체들이 집단화된 북항 배후부지는 인천항 내항에서 처리하는 조악화물(Dirty Cargoㆍ악취ㆍ분진 등이 발생하는 화물)을 전담하기 위해 지난 1995년 계획됐다. 이후 2003년 북항 개발이 시작돼 5만톤급 고철부두 3개 선석, 2만톤급 목재부두 2개 선석 등 모두 17개 선석과 311만㎡의 배후부지가 2010년 완공됐다. 지난 한 해 동안 이곳 북항 목재부두에서 연간 23만톤의 목재가 처리될 정도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목재업체들은 최근 49만5,000㎡의 배후부지 소유주인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임대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부지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부지가 최근 준공업과 일반상업 지역으로 용도 변경돼 '발광다이오드(LED)ㆍ신재생 에너지 융합단지'로 개발계획이 잡혔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땅 소유주인 한진중공업으로부터 개발이익금을 받아내기 위해 자연녹지로 돼 있는 이 부지를 준공업ㆍ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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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곳을 임대해 목재단지로 쓰던 업체들로서는 이 부지를 내줘야 할 처지가 됐다. 업체들은 국토해양부와 인천시에 대체 부지를 마련해 줄 것을 수차례에 걸쳐 건의했으나 뾰족한 해답을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들의 선택은 아예 문을 닫거나 평택항으로 이전하거나 둘 중 하나다.

문을 닫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평택항으로 가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수천억원을 들여 조성한 항만과 인프라가 잘 갖춰진 북항 배후 지역을 놓아두고 상대적으로 환경이 열악한 평택항으로 옮긴다는 것은 목재업체들로서는 문을 닫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목재업체들은 "그 많은 돈을 들여 북항을 조악화물 처리항으로 만들어 놓고서는 이제 와서 배후부지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인천시에 항의하고 있다.

첨단산업을 유치한다는 미명 이래 용도 지역을 변경해 가면서 전통산업인 목재업체를 외지로 내 모는 일은 중단돼야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모든 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천의 전통산업을 지키지 못하고 외면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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