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최강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이용자 수가 최근 3,0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97년의 인터넷 이용자 수가 100만명에 불과했던 데 비하면 하드웨어 측면에 있어서 실로 폭발적인 성장이 아닐 수 없다.
인터넷이 새로운 정보통신 매체로 등장하면서 가히 혁명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커다란 긍정적 변화가 우리 생활 곳곳에 생겼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을 꼽는다면 삶의 편리성 향상과 학문 및 민주주의의 발전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터넷으로 인한 역기능 또한 심각하게 대두됐다.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과 사이버폭력 등의 문제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2004년에 경찰청에 접수된 사이버범죄 신고 건수는 20만건을 상회하고 있다. 개인의 표현의 자유만을 내세우기에는 인터넷의 역기능으로 인한 폐해가 너무 심하다.
인터넷에 의한 일방적 여론몰이를 빗대 ‘네카시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네티즌’과 ‘매카시즘’을 합친 말로 50년대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매카시즘과 인터넷에 의한 인신공격이 서로 유사하다는 점에서 생긴 말이다. 인터넷 상에서 명예를 훼손당한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은 그 가해자를 색출해내기가 어렵다는 익명성 때문에 더 클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최근의 ‘개똥녀’ 사건은 익명의 가면을 쓴 사인들에 의해 한 개인에게 얼마나 큰 형벌이 가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인터넷 실명제를 주장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해 표현의 자유에 한계가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정부는 인터넷실명제 도입을 검토해 오는 10월에 입법발의를 하겠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도 실명제를 실시함으로써 자기 주장에 책임을 지는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에 대한 부응이라 할 수 있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표현의 자유가 억압된 상황에서는 부득이하게 실명으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져 표현의 자유는 도처에 넘쳐흐르고 있다. 익명의 숲에 숨어서 하는 여과되지 않은 폭력적 발언이나 무책임한 선동은 인터넷의 질을 저하시킬 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