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요망 “요즘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아마 다 신경 쓰고 있을걸요. 올릴 수 밖에 없어서 올려도 의혹의 눈초리를 피하긴 어렵잖아요. 가격담합 기준도 애매한데다, 정부가 워낙 물가 관리에 혈안이 돼 있어 혹시 모르잖아요” (한 식품업계 관계자) 음료, 설탕을 시작으로 밀가루, 라면 등 식품 가격의 릴레이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식품 업체들의 남모를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서슬 퍼런 칼날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가 속앓이의 이유다. 사실 공정위는 물가 단속의 완장을 찬 정부의 ‘수족’같은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에 CJ 제일제당이 가격을 올린 설탕을 비롯해 라면, 커피, 밀가루 등 식품 업계는 품 목 별로 몇몇 업체가 사실상의 독과점 체제를 구축해 가격 담합의 의심이 항시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통상 가격 인상은 특정 업체가 먼저 총대를 메면 다른 업체들이 비슷한 인상 률로 뒤따르는 형태를 띠는 게 일반적이다. 이번 설탕 가격 인상을 봐도 삼양사, 대한제당 등이 CJ제일제당을 따라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공정거래법상에는 ‘의식적으 로’ (가격 인상에) 동조한 때는 ‘담합’으로 간주하고, 단순 시장 동조인 때는 담합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어 기준 자체가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칼 자루를 쥔 공정위 측에서 식품 가격의 전방위적인 인상 움직임에 제동을 걸 목적으로 ‘혐의’를 씌 울 수 있다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식품 기업 관계자는 “최근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오른 만큼 인상 요인이 있다는 점에서는 두루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가격 인상은 정부 쪽에 서도 민감한 사안이라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됐던 의심부터 할 것으로 본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가격 인상이 초읽 기에 들어간 밀가루의 경우 지난 2006년 공정위로부터 ‘가격과 물량을 회합하고 담합했다’ 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적이 있다. 가깝게는 지난 20일 공정위가 거래 조건과 가격 인상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우유업체를 대상으로 1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키로 결정했다. 당시 우유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끼워 맞추기 식의 조사를 한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가격 담합이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 걸이인 측면이 있다”며 “물가를 잡겠다는 명분에 몰입할 경우 애꿎은 피해자가 나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