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 IT.전자업계에 합종연횡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업체간 글로벌 경쟁이 점점 격화되고 IT 경기 둔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전략적 제휴 및 흡수.합병 등을 통한 `윈-윈' 전략으로 `IT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한 이(異) 업종간 연대 작업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뭉쳐야 산다'..전략적 제휴 `봇물' = 1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지난 13일자에서 노키아와 인텔이 올해말 표준화될 계획인 초고속 무선 통신 기술 와이맥스(WiMAX)의 개발, 채택 및 적용을 가속화하기 위해 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각각 휴대폰과 반도체 부문의 1위 업체인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노트북, 모바일 제품, 네트워크 기지국 등에 활용이 가능한 와이맥스 기술을 공동개발하게 된다.
인텔이 대중화를 리드해온 근거리 무선 통신 기술인 Wi-Fi에 비해 서비스 범위및 속도가 개선된 기술인 와이맥스에 대한 노키아의 지원으로 와이맥스 시장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앞서 애플 컴퓨터는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정례 소프트웨어 개발업자대회에서 IBM과의 14년간의 동맹 관계를 청산하고 내년부터 매킨토시 컴퓨터에 인텔칩을 장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애플 컴퓨터가 인텔과 손을 잡기로 한 것과 관련, 가정용 디지털 게임기 시장에서 마이크로 소프트(MS)와 소니측에 도전장을 던지려는 인텔과 애플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데 따른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IBM사도 애플과 결별하는 대신 경쟁상대인 MS사, 소니 등과 손을 잡고 비디오게임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MS의 `X박스360'이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3', 닌텐도의 게임기는 모두 IBM칩에 기반을 두고 있다 MS는 미국 최대의 장거리 전화 업체 AT&T와 대기업을 위한 인터넷 기반 통신 사업에 관해 제휴키로 했다고 6일 발표하기도 했다.
앞서 MS는 지난 4월말 삼성전자와 차세대 X박스 비디오 게임기 유통매장내 HD TV 독점 공급 및 각종 마케팅 프로그램 공동운영에 대한 마케팅 파트너 제휴를 전격체결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CJ그룹과 제휴, 한국내 게임기 X박스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LG필립스LCD도 이달 7일 미국의 휴렛팩커드(HP)와 3년간 50억달러라는 대규모공급계약을 체결, `삼성전자-델'간의 LCD 대규모 거래관계에 `맞불'을 놨다.
이번 수주액은 지난해 LG필립스LCD 매출액의 62%에 달하는 금액으로 회사측은 이번 계약 성사로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있는 노트북용 LCD 부문에서도 지배권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HP로서도 안정적인 제품 공급으로 노트북과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위를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9일 경쟁이 치열한 북미 가전 시장에 대한 본격 공략을 위해 미국 2위의 가전 유통.판매 업체인 로우스(Lowe's)사와 생활가전 제품 부문에 대한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삼성전자는 오는 9월부터 냉장고와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미국 전역에 있는 로우스의 1천100개 매장에 공급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 프리미엄급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판매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S도 지난달 세계적인 스토리지 업체인 미국 EMC사와 국내에서 정보수명주기관리(ILM)사업을 펼치기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인수.합병도 `가속화' = 휴대폰 업계를 중심으로 기업체 인수.합병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대만의 최대 휴대폰업체인 벤큐는 이달 들어 유럽내 2위, 세계 4위 휴대폰 메이커인 독일 지멘스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지멘스는 적자에 시달려온 휴대폰 사업을 정리할 수 있게 됐고 벤큐로서는 지멘스의 브랜드 파워와 생산능력을 통해 매출 100억 달러대의 세계 10대 휴대전화 생산업체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팬택앤큐리텔도 지난달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 지분을 매입, 전체 지분의 60%를 확보한 대주주의 위치에 서게 됐다.
팬택과 SK텔레콤은 미국 MVNO(가상사설망)시장 공동진출 및 단말기 사업 협력관계 확대 등에 합의했으며 팬택앤큐리텔의 SK텔레텍 인수로 국내 단말기 시장내 2위 자리를 놓고 팬택-LG전자간 쟁탈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선 마이크로 시스템즈는 이달 3일 저장장치 업체인 스토리지텍 인수 방침을 발표했다.
앞서 중국의 PC업체인 레노보(렌샹. 聯想 ) 그룹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IBM의 PC 사업 부문 인수 작업을 지난달 인수, 세계 3위 PC업체로 발돋움했다.
중국 이외에서는 사업 경험이 전무한 레노보로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IBM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활용,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
올 초에는 일본 샤프사가 후지쓰의 LCD 자회사인 FDTC를 인수, LCD 부문 덩치 키우기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