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3월 27일] <1655> 영국 군함 스킬라호


지난 2004년 3월27일, 영국 남부 콘월 해안가. 프리키트함 스킬라호(HMS Scylla)가 가라앉았다. 침몰 원인은 구멍. 배 양쪽에 24개씩 뚫린 대형 구명으로 바닷물이 스며들며 길이 113m의 선체는 순식간에 수심 20m의 바다로 내려앉았다. 영국이 스킬라를 침몰시킨 이유는 인공 어초 조성. 1967년에 건조돼 1993년 현역에서 제외되기 전까지 아이슬랜드와 어업분쟁, 포클랜드 전쟁, 1차 걸프전에도 동원됐던 이 군함의 마지막 임무가 침몰이었다. 자침(自沈)한 스킬라호는 생명을 건지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냈다. 스킬라호가 구한 생명은 어족 자원. 딱딱하고 어두우며 좁은 공간을 선호하는 물고기들이 스킬라호를 둥지 삼아 배란하고 성장했다. 스쿠버다이버들도 찾아 들어 인근 해안 지역은 짭짤한 관광수익도 올리고 있다. 폐군함 하나가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유럽 최초로 퇴역 군함을 활용한 인공 어초는 각국으로 퍼졌다. 미국이 스킬라호 침몰 9개월 뒤에 바다에 가라앉힌 3만800톤급짜리 항공모함 오리스카니호는 아직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 어초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6년 노후 해군함정을 인공 어초용으로 바다에 빠뜨렸다. 군함을 활용한 인공 어초는 성공적일까. 그렇다. 폐타이어나 콘크리트 구조물에 비해 덩치가 커 경제적인데다 이상적인 스쿠버다이빙 장소로 꼽힌다. 앞으로도 폐군함을 활용한 인공 어초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 없는 대목이 하나 있다. 영국의 스킬라호같이 1960년대 후반에 건조된 함정이라면 한국 해군에서는 현역을 지킬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돈이 없어 마르고 닳도록 함정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폐선을 이용한 인공 어초 조성 사업에도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이것이다.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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