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서비스 수출, 정부가 전면 나서라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를 달성했다. 경제개발의 길에 들어선지 반세기만에 최빈국에서 무역대국으로 발돋움한 이러한 성과는 제조업과 대기업이 주도했다. 우리나라 수출의 42.9%를 담당하는 선박ㆍ석유제품ㆍ반도체ㆍ자동차ㆍLCDㆍ휴대폰 등 6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는 각각 5%(2008~2010년 평균) 이상이다. 우리나라를 뺀 무역 1조달러 달성 국가에서 6대 수출상품의 비중이 평균 22% 안팎임을 감안할 때 우리 수출은 소수의 제조업 품목에 집중돼 있고 모두 대기업만이 가능한 장치산업들이다.

해외수요 통해 고용창출 효과 커


국내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한 대외지향적 성장전략은 성공을 거뒀지만 소외된 분야와의 양극화가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 진입과 2조달러 무역시대를 이뤄내야 하는 출발점에 서 있다. 다양한 성장ㆍ수출동력을 발굴하고 내수와 고용,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가 서비스산업이다. 서비스산업은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 제조업은 성숙될수록 생산성 향상을 위해 생력(省力)화 되지만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산업은 일정한 부가가치를 생산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 투입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서비스업의 고용유발계수(2010년)는 11.2명으로 제조업(6.7명)의 1.7배에 이른다. 사회적 후생의 기초가 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서비스산업이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려면 국내 시장 개방, 경쟁 도입은 물론 대외적으로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력을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모두를 해내지 못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 수준(2008년 미국의 44%, 일본의 62%)에 불과하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등으로 세계 서비스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는 지난 1990년 이후 매년 서비스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반면 미국ㆍ영국은 서비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아 막대한 상품수지 적자를 만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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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산업은 창의와 상상력으로 해외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이다. 우리나라의 제조업 수출은 세계 7위인데 서비스 수출은 15위권에 그쳐 성장할 여지가 오히려 많다. 해외수요를 통해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음은 물론 국내 산업의 글로벌화도 촉진할 수 있다. 이제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 서비스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

우선, 개발 초기 제조업을 전폭 지원해 수출산업화를 이뤄낸 것처럼 서비스 수출에도 상응하는 수준의 금융ㆍ세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서비스 기업들은 대체로 자산가치가 낮아 자금 조달이 관건이고 해외 이익의 회수에도 장기간이 소요된다. 제조업 위주로 돼 있는 수출지원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규제 과감히 풀고 금융·세제 지원을

둘째, 글로벌 수준과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히 풀어야 한다. 영리 의료법인 허용과 같은 현안들이 집단이익 때문에 후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섭력이 약한 집단이 먼저 글로벌화됐다는 교훈을 새겨야 한다.

셋째, 서비스 수출 지원체계를 재정비하고 해외 수요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신흥국 도시개발과 같은 대규모 플랜트나 공적개발원조(ODA) 후속사업을 정부 주도로 발굴하고 민관이 함께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서비스산업은 스스로 강한 동력을 지닌 수출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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