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IB 코피티션 생태계 구축하자] IB시장 명함 못내미는 증권사

대형 M&A는 외국계, 법정관리 물건은 회계법인이 장악

외국계 다양한 경험 바탕… 국내시장서 약진 지속

업무 차별 없는 토종IB들, 친분으로 일감따기 다반사

수수료 경쟁 등 구태 벗어나 "자기만의 색깔내야" 지적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관심 기업인 KT렌탈의 매각주관사는 외국계 IB인 CS가 맡고 있다. 지난 7월 KT그룹은 외국계 IB에 매각주관을 맡겨 성공적으로 딜을 완료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외국계 IB들에만 입찰 제안을 받았다. 매각금액이 6,000억원 이상인 대형 거래지만 국내 대형증권사 IB는 명함을 내밀 기회도 얻지 못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중인 기업의 구조조정 물건들은 대부분 회계법인이 장악하고 있다. 법정관리 중 '핫'한 기업인 팬택(삼정KPMG)과 한라산업개발·동양건설(PWC삼일회계법인)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IB들이 M&A 시장에서 외국계 IB와 회계법인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내몰리고 있다.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로 무장한 외국계 IB는 국내 기업 간 진행되는 대형 M&A를 독식해가며 안방을 위협한 지 오래고 회계법인은 구조조정 M&A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약진하고 있다.


외국계 IB와 회계법인들이 분명한 자기 색깔을 갖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렇다 보니 국내 M&A 자문 순위에서 특화된 토종 IB를 찾아내기 어렵다. 블룸버그 리그테이블을 보면 올해 3·4분기 말 현재 M&A 자문 상위 5개사를 보면 국내 IB는 삼성증권 한곳뿐이다. 나머지는 회계법인(삼정KPMG)과 외국계 IB다. 그나마 삼성증권은 합병이 무산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링 주관 업무를 빼면 5위권 밖으로 밀려날 처지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M&A 시장에서 국내 대형 증권사 IB들조차도 내세울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M&A 자문하는 데 라이선스가 필요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 IB는 회계법인이나 외국계 IB와 비교해 딱히 내세울 장점도 없다"고 꼬집었다. M&A 경험이 있는 기업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대형 증권사 IB들에 딜을 여러 번 맡겨봤지만 업무 프로세스가 거의 똑같았다"며 "증권사별로 차별점을 찾기 어려워 국내 주관사를 쓰려고 마음을 정하면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쪽에 일을 주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IB들이 친분 관계로 일감을 따는 천수답식 영업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국내 대형 증권사 IB들이 외국계 IB와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순영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연구원은 "국내 대형증권사 IB가 외국계 IB와 경쟁해 큰 딜을 진행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한다"며 "대형사가 중·소형사와 작은 딜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나오면서 수수료 인하 경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국내 IB시장이 어렵다고 하는 것은 시장이 이원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규모가 큰 대형 IB들은 외국계 IB들의 활동영역에서 사업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