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8월 23일] 비정규직 고용 불안 해소법

지난 7월22일 현대자동차의 사내 하청근로자 2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소송에서 대법원이 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환송함으로써 적지 않은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공장에서 일하다 2005년 해고된 근로자들은 작업 중 현대자동차 감독자의 노무지휘를 받았기 때문에 고용계약을 맺은 하청업체가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사용자라는 취지의 소송을 했으나 노동위원회와 고등법원은 지금까지 현대자동차의 사용자성을 부정해왔다.


사내하청등 편법 활용 없어야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으로 간주하고 구(舊)파견법에 따라 이들이 현대자동차 근무 기간이 2년이 경과한 시점부터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로 봤다.

소송당사자인 현대자동차는 물론이고 현대차와 유사한 형태로 사내하청 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는 기아차ㆍ대우GMㆍ현대중공업ㆍ포스코, 그리고 일부 전자업체까지도 사내하청 근로자의 활용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있다. 조선ㆍ철강산업의 경우 원청근로자와 사내하청 근로자의 업무가 분리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게 사용자 측 입장이지만 노동계는 사내하청 근로자자가 '지원'이라는 이름하에 원청업체의 감독을 받고 일을 하는 경우에 많기 때문에 현대차와 유사한 경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현안의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이다. 이번 판결로 비정규직의 차별을 용인할 수 없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확인됐으나 대규모 제조공장들이 파견근로자 등 비정규직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치유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는 사내하청 등 편법적 방법으로 근로자를 활용할 필요가 없는 노동시장 환경이 조성될 때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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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에서 봤듯이 우리나라는 기업의 경영상황이 아주 어려울 때도 정리해고를 시행하기는 매우 어렵다. 법에 정해진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도 구조조정으로 인원정리를 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현대자동차의 경우 노조와의 단체협약으로 공장 간 생산물량을 재배분하거나 근로자의 배치전환이 필요한 경우 노조나 해당근로자의 동의가 필요하다. 얼마 전 설비인원을 효율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소형차의 생산 및 판매를 확대하려고 공장 간 생산물량을 조정하기로 현대자동차 노사가 합의한 것이 화제가 될 정도다.

지난 2년간 무분규로 노사교섭이 마무리됐지만 전투적이고 적대적인 우리나라 노사관계를 상징하는 현대차 노사관계는 이번 판결로 더욱 복잡하고 불안정하게 될 소지가 커졌다.

대법원이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현대차의 사용자성을 부정했지만 사내하청 근로자 노조의 현대차에 대한 직접 교섭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이번 판결로 사내하청 근로자의 노조가입율이 급증하고 있다.

고용 창출 사회의무 인식 필요

현대자동차의 해외생산물량은 이미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을 넘어섰는데 현대자동차는 이번 판결로 현재 약 7,000여명의 사내하청 근로자에 대한 의존을 줄이면서 해외생산 대수를 더욱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관리의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현대차 국내공장의 경쟁력도 같이 하락할 것이다.

과도한 고용보호를 상식적인 수준에서 양보하려는 정규직 노조, 좋은 일자리를 사회에 많이 제공하는 것이 기업의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는 대기업의 획기적 인식 전환, 그리고 이를 지원하고 독려하는 적절한 정부 정책이 어우러질 때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고용불안도 줄어들고 적절한 처우를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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