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0' 이 도대체 몇개야

인터넷뱅킹 등 금융통계 1조의 1만배 '경' 속출

‘11,665,000,000,000,000(1경1,665조원).’ 금융감독원이 27일 내놓은 인터넷뱅킹을 통한 연간 거래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에서 인터넷뱅킹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전년보다 18.9% 급증해 지난 1998년 9월 인터넷뱅킹이 도입된 후 처음으로 1경(京)을 돌파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각종 금융통계를 보면 1경을 넘는 숫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경’은 장부상에서나 볼 수 있는 생소한 단위로 1조(兆)의 1만 배에 해당한다. 경을 나타내려면 영(0)을 16개나 동원해야 하고 규모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경 단위의 통계를 보면 우선 파생상품 거래액이 수년 전 경을 넘어섰다. 지난해 파생상품 거래총액(명목기준)은 5경8,000조원에 달했다. 외환 관련 파생상품 거래액은 1경을 넘었고 주식 관련 파생상품 거래액은 4경2,000조원가량이었다. 한은 금융망을 통한 연간 자금이체 총액도 지난해 4경713조3,000억원에 이르렀다. 더욱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앞으로 경 단위의 통계는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총 금융자산 잔액은 전년보다 7.5% 늘어난 8,665조8,000억원이어서 국내 총 금융자산 잔액은 1~2년 내 1경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경을 넘어 ‘0’이 4개씩 더 붙으면 해ㆍ자ㆍ양 등의 단위가 등장하게 된다. 통계단위가 지나치게 커지면서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 불편함이 있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통계 단위가 커지면 국민이 그 규모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화폐 액면단위 축소(리디노미네이션)밖에 없지만 이 역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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