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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건설 법정관리' 협력사 심경 들어보니] "대기업 계열사마저 쓰러질 줄 상상이나 했겠나…" 절망

"하루아침에 수십억 날아갈 판… 직원 인건비 어디서 마련하나"<br>"1,700여 협력사 생각했어야"… 워크아웃 거부 산업銀 원망도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 소식을 듣고 한동안 믿지 못했습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가 법정관리까지 갈 줄 어찌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새해를 뜬 눈으로 맞았습니다."(전기공사업체 A사 사장)

동부그룹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갈등 속에 동부건설이 지난해 12월31일 전격적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동부건설 협력업체인 전문건설사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25위인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상거래 채권 회수가 요원해졌기 때문이다.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올해 첫 주말을 복잡한 심경으로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4일 동부건설 협력사인 기계설비시공업체 B사 사장은 "최근 동부건설이 보수적으로 회사를 운영해왔고 자산 매각에도 열심이어서 희망이 있었는데 일이 결국 이렇게 되니 허망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30년 넘게 거래해왔던 쌍용건설이 지난 2013년 12월30일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올해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져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수십년간 거래해온 대형 건설업체들이 한해 단위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올해 역시 연초부터 고생길이 열려 직원들에게 면목이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돈줄이 틀어막히는 협력업체는 1,700여곳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중소 건설사 1,697곳이 동부건설에 대한 상거래 채권 총 2,107억원을 가지고 있다. 이중 5억원 이상 채권을 보유한 회사도 280개사, 총 1,981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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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협력업체는 당장 코앞에 자금난이 닥쳐오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법정관리가 접수되면 곧바로 모든 채권의 지급이 동결되고 회생계획안이 확정되기 전까지 수개월 동안 지급이 연기된다. 철근콘크리트업체인 C사의 부장은 "현재 동부건설에서 물품대금으로 20억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우리 회사 연간 매출의 40%에 해당한다"며 "당장 직원에게 지급할 인건비와 납품업체에 줘야 할 자재대금을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고심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동성 위기는 1차 협력사인 전문건설사뿐 아니라 2·3차 협력업체까지 전이될 것으로 전망된다. A사의 경우 자재 협력업체만 100여곳이 있으며 C사도 골재 납품업체가 70여곳에 달한다.

특히 이들 협력업체는 동부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대한 원망을 숨기지 않았다. 산업은행 측에서 동부건설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제안을 받아주지 않아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에서는 협력업체에 대한 상거래 채권이 정상 상환되지만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한동안 자금회수가 어려운 것은 물론 차후 회생계획안이 마련되더라도 변제액이 원금의 20~30% 수준에 불과하다.

B사 사장은 "산업은행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동부건설의 워크아웃 요구를 냉정하게 거부한 게 원망스러울 따름"이라며 "1,700여개 협력업체와 임직원 가족들을 생각해 워크아웃으로 한 번 걸러주는 게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동부건설 법정관리의 여파로 일부 협력사들이 부도나 폐업에 내몰리는 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협력업체들은 이번 사태로 올해 경영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교량전문업체인 D사의 전무는 "당장 날아가는 돈도 문제지만 그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거래처가 없어진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건설 경기가 어려운 탓에 거래처를 새로 뚫기도 어려워 올해 회사를 어떻게 꾸려갈지 깜깜하다"고 전했다.


조권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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