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 소프트웨어 강국인 인도에서는 정보통신기술과 도전정신, 유창한 영어구사 능력으로 무장한 젊은이를 뜻하는 `지피족`이 새로운 경제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지피족은 인도 기업의 수요에 부응한 정보기술(IT) 교육 시스템에 의해 배출된 맞춤인재로, 미국 샐러리맨의 일자리까지 위협할 정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20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청년실업의 시름이 깊다. 이러한 현상은 인력은 남아도는데 반해 기업에서는 쓸만한 인재가 없는 기형적인 인력 양성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학생 1,000명당 이공계 학생수는 56명으로 미국 53명, 일본, 영국 31명, 독일 26명에 비해 월등히 많은 세계 1위다. 그럼에도 이공계가 위기인 것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대학들도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의 인력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 특히 새로운 기술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전문화된 요소기술을 필요로 하는 IT산업의 특성상 인력 양성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최근 정통부가 기업의 수요에 입각한 IT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인력 양성 SCM 모델을 도입키로 한 것이 좋은 사례다. SCM(Supply Chain Management)은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전ㆍ후방 연관된 공급망 상의 모든 활동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IT 시스템이다. 각 대학이 이러한 시스템을 잘 활용해 기업의 인력수요와 만족도를 과학적으로 분석, 커리큘럼을 유연하게 도입한다면 대학 교육의 경쟁력이 한층 배가될 것이다.
또 산업 현장에서 일하면서 학점을 받는 장기 인턴십 제도를 활성화시키면 학생들은 실무 경력을 쌓고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제공받을 수 있는 훌륭한 윈윈 모델로 삼을 수 있다.
지금은 국내 기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대부분이 3D업종의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인도의 지피족과 같은 저임금의 고급인력이 화이트 칼라의 일까지 잠식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정부와 대학은 기업의 수요에 맞는 고급 인력을 배출하는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 지피족과 이태백에서 보듯 대학은 그 나라의 미래를 보는 거울이기 때문이다.
<김광호 포스데이타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