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승용3사 「무이자할판」 속탄다

◎안하자니 재고 “산적”… 하자니 “출혈”/작년 12월한달 13만대팔아 천억 이자 “손해”/올해는 두달이나 실시 부담액 “눈덩이” 예상/정부차원 「할판조정」대책 시급『자동차 무이자할부판매는 동반자살 입니다. 올해는 절대 없을 것입니다』(A자동차). 『무이자판매요?. 그런일 없을 겁니다』(B자동차). 현대·기아·대우 등 승용3사 최고경영자진들의 연초 약속이다. 그렇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출혈 무이자할부를 했다. 특히 올해는 워낙 출혈이 심해 출혈의 폐해가 잇달아 노출되면서 국산차의 경쟁력 강화를 방해하는 걸림돌로 부상, 최근들어 이에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부터 경쟁이 격화되면서 시작된 무이자할부판매의 치명적 타격을 경험한 업체들은 94년초 「무이자할부 금지」에 대한 신사협정을 맺은 바 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 약속은 백지화됐다. 무이자할부는 차량가격을 내리는 효과가 있어 단기적으로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 수요를 확대하고 소비자 복리를 높이는 효과가 있는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매출채권을 늘리고, 현금유통을 경색시켜 심각한 자금압박 요인이 된다. 손익구조가 급격히 악화면서 핵심기술 및 설비투자를 외면하게해 국내산업의 버팀목인 국산차의 경쟁력을 급격히 상실시킬 수 있다는 것. 승용3사는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일제히 승용차 전모델에 대해 24∼30개월의 무이자할부판매를 단행, 13만4천9백61대의 승용차를 판매했다. 연말재고정리에 성공했으나 1천억원 이상의 이자부담을 떠 안게됐다. 이자율이 연 15%라고 가정할 경우 24개월 할부판매의 이자총액은 할부원금이 3백만원일 경우 50여만원, 5백만원일 경우 80여만원, 1천만원일 경우 1백60만원에 이른다. 따라서 대당 평균 할부원금을 5백만원으로 잡아도 이들 업체가 떠안게 된 이자부담은 모두 1천80여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웬만한 승용차 1대 개발비가 출혈경쟁으로 매년 떨어져 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올해 손실규모는 더욱 큰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각사가 지난달부터 2개월에 걸쳐 24개월∼36개월의 장기무이자할부 판매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위기의식을 느낀 자동차업계는 최근 대표자 모임까지 갖고 이문제를 집중논의했으나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메어커의 무이자할부판매 경쟁을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업체가 담합해 차량판매조건을 결정할 경우 경쟁을 제한하는 「부당 공동행위」로 간주돼 제제를 가하고 있다. 무이자판매에 관한한 해법이 전혀 없다는 것. 이에따라 자동차메이커들은 일본처럼 정부쪽에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본은 지난 60년대초 무이자할부판매 경쟁이 격화되자 정부와 메이커가 공동으로 자동차할부판매 표준조건을 담은 할부판매법을 제정, 유통거래질서를 바로잡은 전례가 있다. 이들은 자동차업계와 정부, 언론계, 학계, 법조계 인사로 구성된 「자동차유통합리화위원회」를 조직, 자율 조정하는 방식을 통해 자동차판매질서를 감시하고 있다. 『내년에도 각사가 출혈적인 무이자할부판매에 들어갈 경우 자동차메이커가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벌써부터 소비자들은 연말로 구매시기를 미루고 있습니다. 일종의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고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이같은 조직을 운영, 판매질서 교란행위 발생시 권고하고 불응시 공정거래위원회에 이관, 이를 해결해야한다』며 『정부의 관련법규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일시적 승부에 집착한 업체의 과당경쟁을 다시한번 심각하게 검토할 단계다.<정승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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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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